논설위원
신동원 휘문고 교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의 학교 급식’을 사진 찍어 올린다. 점심이나 저녁 급식엔 어떤 반찬이 나왔는지 한눈에 보인다. 덤으로 아이들의 표정도 읽을 수 있다. 반찬이 가득 담긴 급식판 옆에선 아이들의 흐뭇한 표정이 번진다. 어느 학교 급식이 제일 좋은지 아이들은 잘 안다. 학교를 선택하는 기준이 부모는 입학성적이라면 많은 아이들은 급식을 손꼽는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급식이지만 요즘 들어 갈수록 핏기를 잃어간다. 특히 무상급식이 시작된 뒤 중학교 급식에선 먹을 만한 게 없다는 아이들 푸념이 나온다. 급식 단가(서울의 경우 중학교 4100원)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비싼 친환경 농산물로 식재료를 채우다 보면 반찬 가짓수가 많을 수 없다. “풀만 먹고 사느냐”는 항변이 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급식이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정치인들에 의해 ‘친환경’과 ‘농약’이란 양극단으로 인식(포지셔닝)되고 있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시에 대한 감사원 감사 자료를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농약 급식을 줬다”고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공격했다. 박 후보는 처음엔 “감사원 감사 결과엔 그런 내용이 없었다”고 부인했다가 “감사 자료 각주에 그런 내용이 있었으나 감사원의 조치 내용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정 후보가 주장하는 농약 급식은 온통 농약으로 버무려진 급식일까.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서울시 친환경유통센터를 거쳐 학교에 납품된 농산물 중 일부에서 허용기준 이상의 농약이 검출된 것으로 나온다. 잔류농약 검사 결과 부적합한 것으로 판정된 농산물의 생산자가 서울시 관내 469개 학교에 참나물 등 10개 품목 8t가량의 농산물을 납품한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농약 덩어리를 삼키는 급식은 아닌 게 분명하다.
또한 친환경은 무농약이고, 안전하다는 등식을 내세워 학교 급식 식재료 공급을 친환경유통센터에 독점케 했던 서울시는 어떤가. 그동안 친환경엔 농약이 없다고 수차례 강조한 건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이었다. 친환경을 강조하며 학교 납품을 독점한 친환경유통센터는 2012년 납품 수수료 수입만 47억원을 챙겼다. 아이들의 먹거리를 가지고 어른들이 잇속을 챙기는 게 무상급식의 현실이다.
농약 급식, 친환경 급식은 정치인들의 이름붙이기(네이밍)다. 아이들이 매일 접하는 급식에 대해 이런 말을 붙이는 것 자체가 모독이다. 더 이상 먹는 거 가지고 장난치지 말았으면 한다.
강홍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