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가슴들을 녹이리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마른 가지에 아직 움도 트지 않은 삭막한 겨울. 그 언저리를 채찍의 바람이 쓸며있는 이때, 나에겐 봄이 찾아왔다.
계절의 전령사가 봄소식을 전해 주었을 때 나는 비로소 잃어버렸던 본래의 「나」를 다시 찾았다.
그때 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어깨를 부딪치며 밀려가는 네거리 한 복판에서 벌거벗은 채, 벌거벗은 채로 울고있었다.
모퉁이마다 거역의 바람은 밀려오고 내 가슴속에 찾아온 봄의 그 따뜻한 체온을 잃지 않기 위해 알몸인 채로 나는 지금 냉혹한 겨울과 싸우고 있다.
그리고 그 진한 투쟁은 영원히 지속하리라.
그리하여 추위에 움츠리며 밀려가는 사람들의 얼어버린 가슴을 그 화사한 봄기운으로 훈훈히 녹여주리라. 그들의 갈등과 우울로 비워진 가슴속을 나의 이 고독과 고뇌로 가득히 채워주리라.
이 작은 기쁨을 회갑을 맞으신 박항식님께 드리고 싶습니다.
여명의 빚을 주신 심사위원선생님께 거듭 감사드립니다.

<약력>▲47년 전주출생 ▲67년 전주신흥고 졸 ▲73년 「시문학」주최 전국대학생 작품 현상모집 시 우수작 입선 ▲74년 원광대국문과 졸 ▲77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현 이리시 이일여중·고 교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