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와 도시의 재편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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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행정수도 건설에 관한 큰 테두리가 7일 밝혀졌다. 행정수도의 기둥·위치. 규모·투자 시점을 비롯하여 행정구조의 조정 문제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젯점들을 담고 있는 이 계획에서 새 수도건설에는 신중을 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환영할 만한 방침이다.
새 행정수도의 건설은 앞으로 2∼3년 동안, 계획을 좀더 다듬고 난 연후에 빨라도 80년대 이후부터나 공사에 착수하기로 방침을 굳힌 이상 제4차 5개년 계획을 조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이번 발표의 가장 확실한 줄거리라 하겠다.
물론 이번 발표에서는 서울의 인구를 장기적으로 7백만명 선에서 동결시키기 위한 제반 시책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므로 행정수도의 기능과 위치, 그리고 행정구조의 조정 문제 등 본질적인 문제를 제외하고 외곽적인 것은 그 윤곽이 대략 제시된 셈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정수도 건설의 개념을 보다 명백히 해 두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제1무임소 장관실에서 보고한 내용은 그 대부분이 인구 정책적인 차원의 것으로 보이는데, 새 행정수도건설 계획을 단지 인구 정책적인 측면에서만 검토하는 것은 너무 시야가 좁은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수천억원의 재정이 필요할 뿐 아니라, 필경은 사회의 구조적 변화까지도 예상해야 하는 것이 행정수도 건설 계획이니 만큼, 그 목적 자체에 대한 보다 뚜렷하고 정밀한 규정이 있어야 할 것으로 우리는 보는 것이다.
즉 국토이용의 측면, 인구 정책적인 측면은 물론이고, 사회·정치·문화적인 측면에서도 행정수도 건설에 따르는 여러 문제들을 폭 넓게, 또한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새 행정수도가 수행해야 할 기능이 어떤 것이어야 하느냐 하는 문제를 먼저 상정해야 할 것이다.
상기한 여러 분야에 걸친 장기예측을 전제로 해서 행정수도가 과연 어떤 기능과 역할을 담당할 것이냐를 상정하고, 이에 적합한 수도의 위치와 규모를 결정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새 행정수도 건설에 부수되는 엄청난 문제들이 체계성 있게 해결되어 낭비없고 통일성 있는 추진 계획이 수립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새 행정수도의 건설은 각도를 달리해서 보면 새로운 구조의 창조를 뜻하는 것이므로, 국토구조·행정구조· 경제사회 구조의 개편을 당연히 예상해야 한다. 상식적인 차원에서 오직 인구 대책적 측면에서만 이 문제를 다룬다면, 장기적으로는 애당초 예상치도 못했던 많은 낭비와 불변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므로 구조개혁이라는 넓은 시야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분야의 문젯점들을 깊이 있게 분석 검토하고, 이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대책을 미리부터 세워 둘 필요가 절실하다.
또 4차 5개년 계획의 수정 문제를 단순한 시간개념으로 따져서 간단히 결론을 내리는 것도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한국사회의 현존하는 모든 구조가 현재의 서울을 구심점으로 해서 형성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를 근본적으로 수정하게 될 행정수도의 건설은 필연적으로 새 구조에 적합한 투자계획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 국토 구조의 개혁이라는 각도에서 볼 때 교통·통신망은 물론, 새 중심지를 전제로 한 각종 입지계획이 조성될 수밖에 없다.
사리가 그러하다면, 대사업일수록 그 계획은 미리부터 장래의 방향에 맞추어 현재를 조정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기존의 입지 체계와 기존의 각종 사회 자본구조에 조금만 손질을 하면 새 행정수도에도 조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안이한 생각이 아닌가 싶다.
단적인 예로 대전·광주·전주·대구·마산 등 5대 거점 도시권 형성 문제만 하더라도 행정수도 개념에 따른 반사 현상임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전 국토 계획의 조정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행정수도 건설 계획을 인구정책 차원에서 구조 개혁이라는 보다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켜야 하겠음을 거듭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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