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일본 철학의 핵을 구성… 「거경·궁리」는 현대 문명의 벽 뚫을 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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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퇴계 사상의 종합적인 재검토를 모색하는 국제학술대회가 경북대 퇴계 연구소(소장 한명수)주최로 18∼20일 열린다.
『현대에 있어서의 퇴계학의 재인식』이 주제.
한국에서는 한명수 교수, 중국에서는 전목 교수(대만·문화학원), 일본에서는 「아베·요시오」(동경대 명예교수)교수가 주제를 발표한다.
이밖에 퇴계의 문학을 이가원 교수(국문학·연세대), 교육을 「와다나베·마나부」교수(도부학·일무장대), 정치를 강주진씨(전 국회도서관장), 철학을 송경섭 교수(철학·경북대)가 논문으로 발표한다.
18일 발표될 논문에서 「아베」교수는 이퇴계의 주요 사상이 기록된 『천명도설』이 일본의 초기 유학자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줬다고 전제했다.
특히 일본 근대 유학의 개조인 「후지하라·세이까」와 「하야시·라상」은 『천명도설』과 수양학의 영향으로 선불 본위였던 일본인의 미래·불교적 세계관을 현실·유교적인 세계관으로 일전 시켰다고 말했다.
이 같은 「후지하라」와 「하야시」의 전통은 산기합재·좌등직방·대총퇴야 등의 학자에게도 계승돼 명치유신의 기본 사상이 되고 일본의 중심적인 철학으로 현대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아베」교수는 퇴계의 사상 중 「거경·궁리」라는 수양법과 정좌법 등을 상세히 연구, 세계에 소개할 경우, 벽에 부딪친 재계의 문명을 꿰뚫을 수 있는 훌륭한 사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퇴계학을 실학으로서도 발전시키기 위해 한국·중국·일본의 학자가 공동 연구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퇴계의 문학』에 대해 강연할 이가원 교수는 『도산십이곡』 등의 단가와 『낙빈가』 등 5편의 가사·『야지』 등의 한시 8편을 분석한 결과 퇴계의 문학이 도와 일치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퇴계의 문학은 『도산십이곡』이 가장 유명하지만 귀거래사의 성격을 가진 『환산 별곡』, 중농 사상에 입각한 『상저가』 등은 철학이 있는 가사라고 평했다.
이 교수는 퇴계의 문학 사상이 중국으로부터 영향받은 것은 부인할 수 없으나 한시를 제외한 단가와 가사는 당시의 현실을 지적하므로 「한국적인 순수한 시가 문학」을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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