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괴의 전쟁위기 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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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치열해진 북괴의 새로운 한반도 전쟁위기 선전은 소홀히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북괴는 요즘 들어 이른바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명의로 세계각국 의회와 정부에 서한을 보내 주한미군과 남한에 의해 새로운 전쟁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허위선전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들이 일으킨 6·25남침 책임을 우리에게 떠 넘기려했던 것과 똑같은 상투수법이다.
북괴가 새삼스럽게 이런 허위선전을 강화한 저의는 두 가지 측면에서 관찰되어야 할 것 같다. 우선 「유엔」군사의 해체와 주한미군의 철수란 그들의 당면 목표를 이루는데 유리한 국제환경을 조성해 보자는 계략이다.
현 단계에서 북괴는 주한미군을 그들의 궁극목표인 남한 적화혁명의 최대 장애로 보고 있다.
때문에 한반도 실정을 모르는 제3세계와 새로운 분쟁에 말려들기를 꺼리는 일부 미국국민들의 성향을 이용해 이 장애요인을 제거해보려 획책하는 것이다. 이러한 북괴의 계략이 결코 먹혀 들리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소홀히 취급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특히 주의할 것은 전쟁위기를 떠들어대는 또 하나의 이유가 그들의 남침저의를 은폐하려는 양동작전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침략을 저질러 놓고 상대방에게 책임을 넘겨 씌우려했던 6·25 사태의 소행에 비추어 이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북괴는 60년대부터 이른바 4대 군사노선에 의해 단독전쟁 수행능력을 크게 신장해 왔다.
북괴의 정규지상군 병력은 우리에 비해 약간 적은 48만명이지만 화력과 기동력이 우세한 편이다. 더구나 북괴가 도하장비를 대량 도입, 그들의 도하여단 및 중대규모를 계속 증강시킨 사실은 북괴군의 공격적 성격을 입증해 준다. 이 도하장비로 북괴군은 남한의 한강·금강·낙동강쯤은 홍수 때라도 건널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아무리 북괴라도 이 장비가 대동강이나 청천강을 건너기 위해 도입되었다고는 입이 열 개 있어도 말할 수 없으리라.
그뿐이 아니다. 북괴는 현재 동·서해에 8척의 잠수함과 18척의 유도탄 적재 경비정, 그리고 9백여대의 항공기를 갖고있다.
이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공군력이다. 국제전략연구소가 발행한 「군사균형75∼76」에 의하면 남북한의 항공기 대수는 3백47대 9백7로 되어 있다. 그 중 전투용 항공기는 2백16대 5백88의 격차를 보여준다. 군사비만해도 74년에 한국이 GNP의 4·2%를 투입한데 비해 북괴는 13·9%를 투입했다는게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렇게 군비상황을 검토해보면 어느 쪽이 전쟁을 도발하려는 지는 명백하다. 현재의 남북한 군비상태에서 한반도의 힘의 균형을 보충해 주는 요인이 다름 아닌 주한미군과 「유엔」 군사의 존재인 것이다. 「유엔」군사와 주한미군이란 억지요소가 없었다면 한반도는 이미 전화에 휩쓸렸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전쟁재발을 막는 역할을 수행해 온 주한미군을 전쟁 도발자로 몰아치는 북괴의 책동은 스스로 남침야욕을 품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면 무엇인가.
물론 우리도 한반도에 상시 위기가 감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위기는 결코 우리와 주한미군 때문이 아니라 전적으로 북괴의 적화망상과 전쟁준비 때문이다. 북괴가 진정 전쟁위험을 걱정한다면 적화망상을 포기하고 평화적 남북대화의 길로 나오면 되는 것이다.
북괴의 허위선전이 치열해 질수록 우리는 대외홍보 노력과 방위태세를 가일층 강화해 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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