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학의 특징은 『자연의 부단한 존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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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통적 일본문학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자연의 부단한 존재」다. 방대한 『원씨물어』에도 작중인물의 행동과 자연적 배경을 미묘하게 혼합시킴으로써 서정적 색조를 짙게 띠고있다.
이런 전통은 영국소설의 경우 자연이 다만 산발적으로 간간이 나타나는 점과 대조적이다. 자연이 표출되긴 하지만 그것은 대부분의 경우 행동의 권외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제인·오스틴」은 어떤 일정한 자연의 모습을 세세히 그려보인 일이 거의 없고 「디킨즈」도 다만 자연의 힘이 가장 두드러질 때만 그것을 전면에 내세울 따름이었다.
「가와바다·야스나리」(천단강성·「노벨」문학상수상자) 등의 경우도 자연적 배경은 작중 인물의 행동, 그 자체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중요한 것이었다. 따라서 행동과 배경의 융합은 일본문학의 주류를 형성하여 고래의 서정적 전통을 영속시켜 놓은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일본인 정신에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자연에 대한 극히 특정적 관심은 이제 흐려지고 개념화되어가고 있다. 어떤 작가(가령 대강건삼랑이나 안배공방)의 경우는 전통적 작가에 비할 때 사회가 더욱 중요시되며 자연은 덜 중요한 것으로 여긴다. 고전적인 수용과 체관은 우리가 앞으로 마주칠 위기를 겪어나가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아마도 그런 것은 이미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E·G 사이덴스티커」=미 「미시건」대 일본문학교수. 독신의 소장학자로 특히 일본문학 작품들의 영역으로 일본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데 큰 공헌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가와바다·야스나리」(천단강성), 「미시마·유끼오」(삼도유기부) 등의 작품들을 많이 번역했다. <임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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