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로봇, TED 깜짝 등장 "난 영웅도 배신자도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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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은신 중인 에드워드 스노든(오른쪽)이 18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TED에서 실시간 영상을 통해 강연했다. [사진 TED]

지난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기밀 감시 의혹을 폭로한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30)이 TED에 모습을 드러냈다. 18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 컨벤션센터에서 TED 기획자인 크리스 앤더슨이 갑자기 스노든을 연사로 소개했다. 무대에는 사람 대신 스크린과 바퀴가 달린 로봇이 유유히 커튼을 젖히고 들어왔다. 스크린 속 인물은 바로 스노든이었다. 미국 정부로부터 국가기밀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스노든은 미국과 동맹관계인 영국·일본·캐나다 등지에는 드나들 수 없는 처지다. 실제로 밴쿠버에 가는 대신 영상으로 ‘깜짝 등장’한 것이다.

 화면 속 스노든이 “여러분이 다 보이니 아주 신기하다”고 말하자 청중 대다수는 탄성을 연발했다. 스노든과 연결된 스크린 로봇은 리모컨을 통해 원격 조종이 가능해 무대뿐 아니라 콘퍼런스 장소인 밴쿠버 컨벤션센터 이곳저곳을 누볐다. TED 사무국은 스노든의 출연을 위해 그가 은신하고 있는 러시아 현지와 TED가 열리는 밴쿠버를 인터넷을 통해 영상으로 연결했다. TV 가요 프로그램에서 콘서트 중인 가수를 출연시키는 데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날 스노든과 앤더슨의 대담은 40여 분간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스노든은 “나는 영웅도 아니고, 애국자나 배신자도 아니며, 단 한 사람의 미국 시민일 뿐”이라며 “국가 안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개인의 자유를 희생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NSA에서 훔친 기밀문서 중에) 아직도 폭로할 것들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스노든의 강연이 끝나자 청중 1000여 명 중 상당수는 기립박수를 쳤다.

 스노든의 영상 출연은 이번이 두 번째다. 스노든은 이달 10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벤처 관련 전시회인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서도 영상 대담을 진행한 바 있다.

밴쿠버(캐나다)=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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