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목숨 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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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서울대학교에 아들이 합격했다.
부모로서는 하늘에라도 날듯이 기쁜 일이었을 것이다. 온 동네에 자랑도 했을 것이다.
그런 아들의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한 어머니의 가슴은 얼마나 찢어지듯 아팠을까?
지난 18일 대구에서 그런 어머니가 목숨을 끊었다. 그녀의 목숨은 입학금 6만1천6백50원만도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어머니의 죽음이 아들의 앞으로의 일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것인지, 그것은 그 아들 밖에는 모른다. 아들에게 있어서는 어머니의 목숨이란 한량없이 값진 것이 틀림없다. 그것은 결코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보험료 금 표를 보면 사람의 목숨 값은 매우 분명하게 평가되어 있다. 지극히 비정적인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의 자동차 강제보험의 지불 표를 보면 목숨 값만이 아니라 인체의 각 부분의 값마저 세밀하게 매겨져 있다고 한다. 예컨대 두 눈을 잃었을 때는 5백만「엥」이, 한쪽 눈 일 때에는 그 이하, 두 팔은 4백44만「엥」, 엄지손가락은 2백9만「엥」이, 한 쪽 귀가 3백13만「엥」으로 되어 있다.
목숨 값은 본래 아주 주관적이다. 남의 죽음에는 눈 하나 까딱이지 않는 사람도 자기 애인의 죽음에는 하늘이 꺼질 듯이 슬퍼한다. 그 만큼 값이 틀리는 것이다.
거 년에 미국의 어느 보험회사가 일본의 주부들에게 남편의 죽음에 대하여 얼마나 배상금을 바라겠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 때 대답은 2천만「엥」에서 3천만「엥」사이가 60%이어Y였다.
이런 것도 나라에 따라서 달라진다. 만약에 똑같은 설문을 받았을 때 한국의 주부들은 얼마라고 대답했겠는지 짐작할 만도 하다.
어제 본지에 실린 기사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사고로 죽은 사람의 목숨 값은 고작 5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같은 목숨 값이라도「프랑스」에서는 우리보다 무려 80배가 많은 약 4천만원 꼴이 된다. 서구에 비겨 엄청나게 목숨 값이 싼 일본도 우리나라보다는 28배나 되는 1천4백 만원이다.
물론 인체를 물질로 환원시켜서 환산한다면 고작 2만원 꼴도 못된다. 그러나 경제학자의 계산을 따르면 40세의 육체 노동자의 몸값은 1천만원이 넘는다. 중견 사원의 경우는 6천만원 정도가 된다. 물론 미국의 얘기다.
이처럼 몸값이 나라에 따라 다른 것은 경로자의 부가가치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험회사에서는 보고 있다. 곧 죽은 사람이 살았다면 얼마나 더 벌 수 있었겠느냐는 것을 따지는「호프먼」방식을 따르기 때문이다.
수입이 적고 생활수준이 낮은 우리나라에서 몸값이 싼 것도 당연하다는, 논리가 여기서 나온다. 그러나 목숨에는 유가족이 받는 물질적인 연해 이외에 또 다른 것이 있다. 이 때문에 「스웨덴」에서의 몸값은 우리보다 1백60배나 더 비싸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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