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양보 속의 결속 다짐|EEC 정상회담의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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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때 정상회담 개최조차 불가능하게 보였던 「유럽」공동체(EEC) 7차정상회담은 「에너지」문제에 대한 공동대처·영국가입 조건 재협상·지역개발기금 창설 등 중요한 문제에 합의한 것으로 보도되었으나 여전히 이견을 남기고 있다. 지난 11월 EC외상들이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세차례나 회합했지만 의제조차 마련하는데 실패한 것은 회원국들의 이해가 엇갈리고 「에너지」문제 해결책에 대한 서독과 「프랑스」의 의견이 심각하게 갈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것이 영국의 EEC 잔류 설득을 위한 「슈미트」서독 수상과 「윌슨」영국 수상의 회담(11월30일), 「슈미트」와 「틴데망스」 「벨기에」수상의 회담(12월1일) 「윌슨」수상과 「지스카르-데스텡」 「프랑스」대통령의 회담(12월3일) 등 일련의 연쇄 예비회담으로 가까스로 회담개최의 돌파구가 마련되고 ①「인플레」·실업대책 ②지역개발 기금설치 ③80년도 「유럽」통합문제 ④EC제도강화 문제 등을 토의하기로 합의했다.
이처럼 EEC회원국간에 커다란 이견이 노출된 것은 세계 경제 불황에 대한 미국 및 서독의 대응 방식과 「프랑스」의 해석이 서로 평행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키신저」미 국무장관은 현재의 「에너지」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국의 정치적 단결」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 작년 「워싱턴」서 16개국 국제 「에너지」회의(IEA)를 구성했는데 대해 「프랑스」는 IEA가 EEC의 「에너지」정책을 혼란시키고 산유국에 대한 적대 기구로 간주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참가를 거부하고 「산유국과의 다각적인 대화를 위해 산유국·공업국·개발도상국이 모두 참가하는 확대 「에너지」회의를 제창하였다.
그런데 미국은 EEC안의 최대 부국인 서독과 강력한 협력 체제를 구성하는데 성공, 지난 6일 폐막된 「포드」 「슈미트」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은 「인플레」 「에너지」문제에 대해 양국이 공동 보조를 취할 것을 선언했다.
한때 독·불 추축설까지 나돌았던 서독과 「프랑스」간에 틈새가 벌어진 것이며 EEC안에 가장 강력한 발언권을 가진 양국간의 이견으로 이번 정상회담이 경제위기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모호한 「결속」만을 강조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런데 이번 회담 결과 「산유국과의 긴밀한 대화」가 강조되고 그 전제로서 「선진공업국간의 사전 협조의 필요성」에 합의한 것은 미국 입장을 대변하는 「슈미트」서독 수상의 중재가 성공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결과 14일에 개막될 불령 「마르티니크」도의 「포드」, 「지스카르」회담에서 미국과「프랑스」가 세계 경제 불황에 대해 상당히 접근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바탕이 구축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 한때 까다로 왔던 영국의 가입 조건 재협상이 영국의 「윌슨」노동당 정부에 유리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EEC예산부담금 감소를 요구하고 이것이 실현되지 않으면 EEC탈퇴 여부를 국민투표에 붙이겠다고 공약한 「윌슨」수상은 영국의 부담이 다른 회원국과 비교하여 과중하지 않다는 보장만 받는다면 EEC 잔류의 구실로 내세우겠다는 암시를 한바 있으며 그 점에서 「프랑스」는 「윌슨」의 체면을 세워 준 것 같다. 이미 창설 시한에서 1년이나 연기되어 온 EEC역내개발기금 문제를 싸고 「이탈리아」와 「에이레」는 회담을 「보이코트」하겠다는 강력한 자세를 취해 왔었는데 15억6천만「달러」규모의 기금에 가장 큰 부담을 지게 되어 있다고 불평을 해 온 서독측의 양보로 75년1월까지 개발기금 창설이 합의되었다.
이처럼 각 회원국의 양보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은 이 회담을 처음부터 강력하게 제창한 「지스카르」 「프랑스」대통령의 외교적 승리로 간주할 수 있으며 동시에 각 회원국이 어느 때보다 EEC결속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스카르」대통령은 기자 회견에서 내년부터 1년에 3회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음을 밝히면서 『그것은 이제 구주정상회담으로 불리지 않을 것이다. 구주 이사회 만세』하고 극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이로써 EEC회원국지도자회의가 정기화하고 『구주의 점진적인 통합』을 목포로 하면서도 정치적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구주회의가 좀더 효율적인 구주 이사회로 격상 될 가능성이 생겼다. <김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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