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 잃은 추석경기-한산한 「대목」…백화점·시장 등 상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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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 추석은 불황과 물가고 여파로 명절다운 활기를 잃고 있으며 추석 대목을 노리던 상가·백화점은 한산한 경기에 울상을 짓고 있다.
추석을 1주 앞둔 22일의 백화점과 상가는 아동복 코너와 신발가게만이 다소 붐빌 뿐 평일과 다름없었으며 상인들도 불경기를 예상 상품을 많이 쌓아놓지 않고 있다.
작년 이맘때 날개 돋힌듯 나가던 상품권도 올해에는 매기가 저조, 업계의 불황을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추석경기가 침체한 이유는 ①지난 추석이래 물가상승률은 45%에 달하는데 임금 인상률은 이에 미치지 못해 실질구매력이 떨어졌고 ②기업의 불경기로 대량 수요가 없는데다 해고 등 근로자들의 생활이 위협받고 있으며 ③긴축정책으로 시중자금사정이 나쁜위에 추석과 시중 은행의 결산기가 겹쳐 자금난을 가중시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봉급생활자들에게 지급되는 보너스는 불경기 때문에 작년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으며 타격이 심한 섬유·합판·생사 등 업종의 경우 보너스를 지급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
정부는 근로자들의 체불 노임을 일소하고 기업 자금 사정을 완화하기 위해 백81억원의 재정 자금과 3백억원의 추석 결제자금을 방출하고 있으나 급한 갈증을 해소하는데 그치고 있다.
추석 경기 동향을 이모저모 살펴보면-.

<추석물가>
유류 파동 이후 잇단 현실화 조치로 이미 오를대로 올라 있어 추석을 전후한 물가 상승은 큰 변동이 없다.
작년 추석에 비해서는 의류·신발·주류 등 공산품 값이 30∼50% 올랐으나 이번 추석에는 구매력이 없어 일부 소매상이 농간을 부리는 외에는 물가가 안정되어 있는 편.
1차 산품은 찹쌀·녹두 등 잡곡류와 흉년이 든 대추·오징어가 작년보다 올랐을 뿐 나머지는 보합을 보였고 수출이 부진한 김과 풍년인 밤·귤 등 일부 추석 상품은 오히려 작년보다 떨어진 시세.

<백화점>
신세계·미도파·코스모스 등이 모두 19∼29일까지 특매 기간을 설정, 고객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아직 활기를 못 찾고 있으며 26일, 27일께나 붐빌 것으로 기대.
올해는 물품표시 상품권 발행이 금지돼 있어 각 백화점이 배달제도를 강화하고 사은권부 판매를 실시.
주부 문화 강좌·민속놀이 등으로 고객을 끌고있다.

<시장>
동대문·남대문 시장은 최근들어 변두리에 새 시장이 들어선 탓도 있겠지만 예년의 부산스런 대목 모습을 볼 수 없다.
그리고 모래내·수색·영등포 등 변두리 시장도 아직 활기를 띠지 않고 있다.
판매 성적이 가장 나은 편이라는 의류의 경우에도 『작년의 60∼70%밖에 안 된다』(남대문 대도시장 C상회)는 얘기고 여간해서 경기를 안 탄다는 밤·배·조기·마른명태 등 다례품목도 『추석 2∼3일 전에나 사러올 모양』(남대문 K청과상회)이라고 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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