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에 공동대처|11월 개최…세계식량회의 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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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계 식량회의가 FAO(세계식량농업기구)주최로 오는 11월「로마」에서 열린다. 세계 식량회의는「키신저」미 국무장관의 제창에 의한 것으로서 식량문제의 범 세계적 해결을 목적으로 한 것이다.
확실히 식량문제는 범세계적인 협조 없인 해결이 불가능하다. 72년 대 흉작을 고비로 세계식량사정은 과잉에서 부족으로 바뀌었다.
세계의 식량창고 역할을 하던 미국의 잉여농산물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소련과 중공마저도 대량 수입 국으로 등장함으로써 세계식량사정을 더욱 핍박하게 하고 있다.
식량은「수확체감의 법칙」에 의해 수요가 는다고 해서 생산이 금방 늘 수가 없다. 오히려 공업화에 따른 토지 및 노동력부족과 천 후에 크게 의존한다는 특성 때문에 급격한 인구증가에 못 따라가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식량은 남아돌아 걱정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생산이 소비에 못 미침으로써 식량재고는 해마다 줄고 있으며, 80년에 가선 세계총생산 14억1백만t, 수요 l3억9천6백만t 으로서 수급이 빠듯할 전망이다. 만약 흉년이라도 드는 날이면 지구상에 대 기아소동이 일어날 판이다.
식량은 다른 상품과는 달리 일시적인 수급차질에도 심각한 사태가 벌어진다. 항상 원충재고가 준비되어야 한다.
그런데 수급은 계속 빠듯해지는데 미국의 재고가 바닥을 보이니 사태는 심각한 것이다. 미국의 소맥재고는 72년 6월말에 2천만t을 넘었던 것이 금년 6월말엔 불과 4백80만t으로 떨어질 예정이며 때문에 미국이 소맥수출규제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범세계적인 식량증산과 비축증가문제를 토의하기 위해 세계식량회의를 제창한 것이다.
미국으로선 석유위기 때문에 사분오열 되어 있는 자유세계에 대해 식량을 무기로 구심력을 행사해보자는 정치적 전략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식량 총 수출량 중 소맥 44%,사료곡물 57%, 쌀 27%를 점하고 있어 그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또 미국의 식량재고는 큰 재정부담이 되고 있다.
때문에「로마」회의에선 국제협력에 의한 식량증산 및 비축비용의 분담문제 등이 주로 논의될 것이다. 미국은 각국이 독자적인 식량비축을 하거나 미국의 식량비축에 마 따른 비용은 소비 국이 분담해야한다는 제의를 이미 하고 있다. 세계식량창고로서의 역할을 더할 수가 없다는 선언이다.
식량비축이 없으면 가격파동은 걷잡을 수 없이 되어 결국 소비 국이 그 피해를 보게된다.
때문에 식량 수입 국인 EC 및 일본은 비축비용의 분담에 대해 원칙적인 찬성을 하고 있으나 혹시 부담이 과중하지 않을까 하여 걱정하고 있다.
FAO 사무당국은 세계각국이 식량비축을 늘리도록「세계식량안정보장계획」의 실시를 제의하고 있다.
일본은 세계 식량 은행 설치를,「프랑스」는 국제상품협정의 확대를 제의하고 있으나 미국은 부담과중을 이유로 이에 반대하고 있다.
현재 식량문제는 최대수출국인 미국이 칼자루를 쥔 셈인데「로마」회의를 통해 비축비용 분담의 확답을 얻어낼 속셈인 것 같다. 그 대신 일본 및 EC는 미국이 식량의 수출규제를 않겠다는 보장을 요구할 것이다.
이번「로마」회의에선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 식량증산방안도 논의될 것이나 역시 초점은 비축 및 수출규제문제에 겨누어질 것이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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