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북의 기본입장 구체화|남북조절위 2차회의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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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북관계는 서로 상리한 이념과 체제때문에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만 개선될것 같으며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것이 이번 평양에서 열린 남북조절위원회 2차회의의 결산이라고 하겠다.
남북쌍방은 이번회의를 통해 역사적인 7·4남북공동성명에 따라 민족의 대단결을 이룩하여 5천만겨레가 갈망하고있는 남북 통일을 실현하겠다는 궁극적인 목표에는 서로입장을 같이하면서도 이 기본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과 절차에 너무나 뚜렷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이후낙 서울측공동위원장온 이번회의에서 남북쌍방이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완화시키고 27년간 분단에서 오는 상호불신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서로 신뢰할수있는 기반조성이 선결과제라고 역설, 우선 남북조절위원회 ①경제분위 ②사회문화분위를 먼저 설치하여 남북간의 교역과 경제교류를 실현시키는 예술단과 「스프츠」단체·학술단체등을 폭넓게 교류시키는것이 가장 현실적인 통일접근방안이라는 기본 입장등을 명백히 천명했다.
그러나 평양측은 이번회의가 개막되기전 박성철 부총리의 만찬연설에서부터 한반도의 긴강완화를 위해서는 상호군비축소와 감군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그들의 입장을 뚜렷하게 밝혔으며 본회의에 들어가서도 군비축소등 5개항과 조절위안에 정치·군사·외교·경제·문화등 5개분위를 동시에 설치하여 일괄 타결방식을 취하겠다고 강력히 고집했다.
뿐만아니라 평양측은 이같은 일괄 타결방식과 함께 남북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를 열어 이같은 사업을 뒷받침하자고 주장하기에 이른것이다.
이와같은 쌍방간의 기본적인 견해차로 말미암아 이번 평양에서 열린 조절위 제2차회의는 두차례의 회의를 끝내고도 끝내 공동발표문을 내지 못한채 우리대표단이 평양을 떠나고만 것으로도 저간의 회의사정을 말해주고 있다. 특히 이번 평양회의가 7·4공동성명을 통해 상호무력도발과 상호비방을하지 않기로 철석같이 약속해놓고서도 지난3월초 제주도 우도사건과 중부전선 총격사전이 있은직후에 열렸다는 점을 고려할때 당초부터 큰 성과나 진전이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지만 막상 우리대표단이 평양에 도착했을때부터 돌아올때까지의 분위기가 시종 가라앉은것이었음을 빼놓을수는 없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처음부터 그렇게 쉽게 풀려나갈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너무도 명백했던것이기 때문에 비록 평양 2차회의가 뚜렷한 성과나 당장 눈에 띄는 진전은 없었다해도 남배쌍방이 통일접근을 위한 상호간의 기본입장을 뚜렷하게 밝혔을뿐 아니라 쌍방이 두차례의 회의를 통해 기탄없는 의견을 교환했다는 점은 앞으로의 문제해결을 위해 큰수확이라고 할수있겠다.
남북쌍방은 앞으로 이번 평양회의에서 제기된 상호간의 기본입장을 토대로 간사회의와 서울에서 열릴 다음번 조절위회의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토의를 거듭하여 우선 실현가능한 문제부터 한가지 한가지씩 풀어나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4반세기이상의 단절로 말미암아 심화되어있는 불신의 풍토속에서 상호신뢰의 이해의 분위기를 조성하기까지 지나치게조급한 기대는 현단계에서는 시기상조인것같다. <대한민국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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