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울려 퍼진 '에밀레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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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도쿄(東京)오페라시티 콘서트홀에서 제 71회 일본음악콩쿠르 수상자 발표연주회가 열렸다. 지난해 11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콩쿠르 본선에서 각 부문 1위에 입상한 음악도들에게 마음 놓고 자신의 음악세계를 펼쳐 보일 수 있도록 마련한 무대다.

이날 첫 무대는 히로시마(廣島) 엘리자베스 음대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박은하(朴銀荷.33)씨의 콩쿠르 입상작 '에밀레종의 전설'. 다채로운 타악기군과 금관악기.첼로 독주를 적절히 활용한 이 작품은 에밀레종의 전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애틋한 사연을 다채로운 음색으로 표현해냈다.

마이니치(每日)신문과 NHK가 공동 주최하는 이 콩쿠르의 본선은 피아노.목관.금관.현악.성악.작곡 등 각 부문에 걸쳐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이뤄진다. 콩쿠르에서 입상자 배출로 그치지 않고 4개월 후 다시 발표 기회를 준다는 것은 국내 음악 콩쿠르나 작곡상에서 본받을 만하다. 관현악 반주를 동반하는 20분 내외의 작품이면 어떤 곡이든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작곡가에게 자기 작품의 연주 기회를 얻는 만큼 소중한 것도 없다. 지난해 본선 연주가 끝난 후 박씨에게 작품 위촉이 쇄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은하씨는 "일본의 전통음악 연주단인 레이가쿠사(令樂社)에서 위촉받은 작품이 내년 2월에 초연되며 10월 24일 유네스코의 날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신작 관현악이 초연된다"며 "실황음반이 소니 클래시컬 레이블로 출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빈국립음대와 프랑스 마르세유 음악원,러시아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일본 엘리자베스 음대 출신 우수 음악도들이 출연하는 '평화의 콘서트'는 마르세유.모스크바.히로시마에서 순회공연을 하며 각국 국영방송 TV가 생중계할 예정이다. 박씨는 숙명여대 작곡과와 도쿄예대 대학원을 거쳤고, 1998년 안익태 작곡상에서 '홍익인간'으로 가작에 입선한 바 있다.

이에 앞서 1891년 일본 최초의 서양식 음악당으로 문을 연 우에노(上野)공원 내 도쿄음악학교 주악당(奏樂堂)에서는 12일 '아시아의 전통, 아시아의 현대'라는 제목의 공연에서 박씨의 신작 피리, 알토 플루트, 잉글리시 호른을 위한 '두 얼굴을 잇는 끈'이 초연된다. 피리 주자 강영근(이화여대 교수)씨가 일본 연주자들과 호흡을 맞춘다.

도쿄=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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