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받는 한국 문제 불 상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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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9월19일부터 개막되는 제27차 「유엔」 총회에서 「한국 문제」의 상정과 불 상정을 놓고 크게 논란이 벌어질 징후가 날로 짙어져 가고 있다.
우선 지난달 24일 김용식 외무장관은 특별 성명을 통해 『민족의 의사에 반하여 분단된 이 나라의 운명을 스스로 시정하려는 분단 27년만의 획기적 노력이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알제리」등이 제출한 한국 문제 토의 요청을 철회하도록 요구』하였고, 뒤이어 한표욱 「유엔」 대사는 「발트하임」「유엔」 사무 총장에게 「한국 문제」의 토의 연기를 정식으로 요청한바 있었다.
그러나 「알제리」 등 11개국이 제출한 한국 문제 토의 요청 안에 대한 강대국 수는 점차 늘어가고 있는 형편인데 이와 때를 같이하여 1일 김종필 총리는 『「유엔」에서 제3국들이 한반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방해할 것이 아니라, 이를 돕기 위해 시간적 여유를 주어야할 것』이라고 정부의 불 상정 정책을 재확인했다.
한편 「알제리」 등 「아프리카」 국가의 13개국들이 『한국의 평화로운 자주 통일을 촉진하는데 유리한 여건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위장된 제안 취지 아래 한국 문제 토의 안을 내놓자 중공과 대만을 비롯한 상당수의 친 공산권 국가들은 이에 가담, 발의국은 급기야 25개국으로 늘어났던 것이다.
이 같은 정세 아래 「발트하임」「유엔」사무 총장도 최근의 「모스크바」 방문에서 분단국 문제를 소련 지도자들과 토의한 후 기자 회견에서 한국 문제의 상정 연기 여부는 총회 운영 위원회에서 그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여 그 자신은 상정 자체의 저지에는 가담하지 않을 뜻을 비쳤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김일성도 초청이 있으면 「유엔」 에 대표단을 파견할 의향임을 밝히고, 「알제리」 등의 한국 문제 토의 안을 지지하고 나섰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한국의 통일을 촉진하는 유리한 여건을 조성한다는 위장된 명분 아래 제기된 이러한 제안은 기실 「유엔」군 철수와 「유엔」 한국 통일 부흥 위원단 (언커크」의 해체를 그 주된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과 중공 및 소련이 다 같이 이 제안의 발의국으로 가담했다는 사실이다.
한국 문제가 「유엔」 총회에서 「연례 행사」같이 매년 상정 토의되었다가 「재량 상정」의 과정을 거쳐 작년엔 「불 상정」안이 운영위에서 채택되어 토의가 연기되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작년에 한국 문제의 토의를 연기케 했던 논리는 「알제리」 등이 내놓은 바로 그 『자주통일을 촉진하는데 유리한 제 여건 조성』이라는 토의 안에서 지적한대로, 남북한이 적십자 회담을 전쟁시키고 있기 때문에 그 성공을 돕기 위한 것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적십자 회담이 본 회담 개최의 문턱에 이르기까지 순조로운 진전을 보여왔고, 7·4 공동 성명으로 남북의 대화와 화해의 기운이 감돌고 있는 이 마당에 작년의 불 상정 논거는 더욱 그 타당성이 강화됐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본란이 누차 지적한 바와 같이 적십자 회담의 진전과 7·4 성명이 발표된 후의 현 시점에서 한국 문제를 또다시 「유엔」 무대에 제기, 토의한다는 것은 분단 27만에 이뤄진 남북 대화에 도움을 주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만을 가져올 것임이 너무도 분명하다. 미국과 일본 등 우방들이 이와 같은 현 여건을 깊이 인식, 금년에도 한국 문제의 불 상정을 강력히 밀기로 다짐한 것은 다행한 일이며, 우리는 모든 「유엔」 회원국들도 남북한간의 대화에 역효과를 가져올 「유엔」에서의 한국 문제 토의 연기에 협조를 해주기 바라며, 우리는 그것만이 전세계가 바라는 평화롭고 자주적인 한반도 통일을 하루 속히 이룩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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