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포위망을 돌파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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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본선 32강전>○·우광야 6단 ●·서봉수 9단

제8보(94∼107)=95부터 패싸움이 재개되었습니다만 “백 대마가 죽지는 않는다”고 다들 말합니다. 살긴 사는데 어떻게 사느냐, 바로 이 거래가 초점이지요. 흑은 조금 이득을 챙기고 살려줄 생각입니다. 그러나 백은 사는 게 무의미하다는 걸 잘 압니다. 어차피 지는 길을 속절없이 걸어갈 수는 없지요.

 96으로 시비를 걸어봅니다. 이곳은 흑 포위망의 유일한 빈틈이지요. ‘참고도’ 흑1, 3이면 물론 나갈 길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프로들은 뭔가 느슨하고 불안하다고 합니다. 당장 팻감이 무한대로 나오는 것도 싫다고 합니다. 서봉수 9단은 97로 건너붙였는데 “좋은 승부호흡”이란 평가입니다. 이제 나이 들어 덜컥수도 잘 두고 깜박하고 착각도 자주 하지만 한평생 몸에 밴 야성의 승부감각이야 어디 가겠습니까.

 97은 ‘즉결처분’을 떠올리게 하는 수지요. 백은 ‘참고도’처럼 숨을 돌리며 두고 싶은데 강패를 든 흑은 그런 여지를 전혀 주지 않으려 합니다. 백은 답답합니다. 형세는 절망적인데 상대는 계속 잘 둡니다. 패를 몇 수 해보던 우광야 6단, 결국 결단을 내립니다. 102, 104, 106은 전부 악수가 될지도 모르는 수들이지요. 우변 흑집도 통통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 한가롭게 패를 따내다간 흑이 중앙을 가일수해 버릴지 모릅니다. 중앙이 튼튼해지면 백엔 역전의 희망이 없습니다. 그래서 안에서 살기보다는 흑의 포위망을 돌파하기로 작심한 겁니다 (98·101=패때림).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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