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파일] '블러드 워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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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FBI 수사관 테리 매칼렙(클린트 이스트우드)은 두뇌 게임을 제안한 연쇄 살인범 '코드 킬러'를 추적하다 심장마비로 쓰러진다. 2년 후 은퇴한 매칼렙을 찾아온 멕시코 여성 그레시엘라(완다 드 지저스)는 여동생 글로리아의 살해범을 잡아달라고 한다. 당신의 새 심장이 죽은 여동생의 것이라며.

이웃 친구(제프 대니얼스)를 운전사로 기용해 수사에 나선 매칼렙은 글로리아가 죽기 전에 발생한 살인 사건 피해자의 혈액형이 자신은 물론 글로리아와 동일한 GMV 마이너스 AB형임을 알게 된다.

형사 스릴러물 '블러드 워크'(15세)는 이스트우드의 스물 세번째 연출작이다. 이스트우드는 부록의 인터뷰에서 "원작인 마이클 코넬리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육체적.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한 형사 이야기라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소설을 시나리오로 옮긴 이는 'LA 컨피덴셜'로 아카데미 각색상을 받았던 브라이언 헬겔런드다.

'블러드 워크'는 이스트우드가 주연했던 숱한 형사물과 맥을 같이하면서도 올해 일흔세살이 된 이스트우드의 심경이 반영된 색다른 영화다.

이스트우드가 젊은 시절에 맡았던 형사 캐릭터는 가족이 없는 외로운 처지에 주변의 이해도 받지 못하는 기피 인물이었다. '블러드 워크'의 매칼렙 역시 배에서 홀로 살며 후배 경찰은 "혼자 잘난 척한다"며 대들기 일쑤다.

그러나 이제 이스트우드는 힘들게 잡아들인 범죄자가 법망을 교묘히 빠져 나간다며 매그넘 44 권총으로 심판하지 않는다. 새 심장을 이식받아 생명은 연장됐지만 삶까지 새로워진 것은 아니라는 깨달음으로 살인 사건 수사에 나서는 것이다.

'코드 킬러'와 LA의 밤 뒷골목에서 벌이는 추격전은 장거리 경주 같다. 요즘 젊은 감독이라면 차를 수십대 부수고 귀가 따갑도록 총을 쏘아댔을 것이다.

이스트우드는 액션으로 눈요기거리를 만드는 걸 자제하고 달리는 두 사람에게 초점을 맞춘다. 너무 길어진다 싶은 순간, 나이 많은 추적자는 가슴을 움켜쥐며 쓰러진다. 도망치던 범인은 맞수를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수술 자국을 거울에 비춰보는 매칼렙과 그 수술 부위에 키스하는 그레시엘라의 조용한 움직임이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는 영화다.

'블러드 워크'는 스릴 넘치는 범죄 영화의 장르적 문법에 충실하면서, 영화로 득도한 이스트우드의 변모를 드러낸다. 재즈 선율과 헬리콥터 소리가 영화에서 나는지, 내 집 창 밖에서 나는지 돌아보게 될 만큼 사운드가 선명하다. 이스트우드를 비롯한 출연진의 캐릭터 분석 인터뷰가 들어 있다.

옥선희 DVD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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