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투자자들 심상찮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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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주식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국내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월 단위로는 5개월 만에 주식 순매도를 기록했다. 미국 내 일부 대형펀드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는 '셀코리아(한국주식 매도)'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

1천6백억달러 규모의 투자펀드를 운용하는 미국의 대형 상업은행인 뱅크원의 신구 수석부행장은 3일 미국 시카고에서 가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뱅크원.체이스.HSBC.메릴린치.UBS워버그 등 외국의 주요 투자은행 자산운용 책임자들 사이에 2월 중순 이후 '셀 코리아'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뱅크원도 두달 전 8천만달러에 달하던 한국투자 규모를 최근 2천만달러 수준으로 줄였고, 앞으로 최소 규모인 5백만달러(총자산의 0.5%)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주요 투자은행 중 한 곳인 C사의 펀드매니저도 "조만간 한국 내 주요 은행 등에 대한 투자액의 상당부분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다른 대형투자은행 M사의 투자 담당자 역시 비슷한 입장이라고 했다.

이들이 한국 주식시장을 회의적으로 보는 것은 북핵문제와 이라크 사태와 같은 외부 요인 외에 국내경기 위축에 대한 불안감도 작용하고 있다. 특히 과도한 가계부채는 카드사와 은행의 또다른 부실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신 수석부행장은 "한국경제의 펀더멘털 악화가 매도의 가장 큰 이유"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새 정부의 경기조절 정책에 대해서 실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엔디 시에는 3일 한국경제 관련 보고서에서 "한국경제가 북핵문제 등의 위험이 고조되는 가운데 디플레이션 압력과 경기 경착륙의 가능성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상당수의 증시 전문가들은 '지나친 반응'이라며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의 외국인투자자들의 매도를 아직은 추세라고 보기 어렵고, 현재의 경기 위축이 한국에 국한된 상황이 아니어서 '셀코리아'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메릴린치 이원기 전무는 "미국 대형펀드들이 한국 주식을 줄이고 싶어하고 실제로 줄이고 있다"고 전제,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에 대한 기대를 버린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샐러먼스미스바니 대니얼 류 이사는 "외국인 자금, 특히 헤지펀드의 단기성 자금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펀더멘털은 이라크 전쟁 이후 유가가 안정되면 빠른 속도로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UBS워버그증권 이승훈 상무는 "한국 증시는 신흥국가들 가운데 가장 관심이 높은 시장이다. 이머징 마켓 인덱스에서 한국의 비중이 늘고 있는 점은 한국 외에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샐러먼스미스바니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에 대해 단기적인 순매도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송상훈 기자, 시카고=이재국 기자

<바로잡습니다>

3월 4일자 1면.E1면 '외국 투자자들 심상찮다'기사에서 인용된 신구씨는 뱅크원의 수석 부행장이 아니라 뱅크원의 투자펀드들을 운용하는 자회사의 선임 부사장으로서, 뱅크원의 투자를 총괄하는 책임자가 아니라 한국 등 해외 투자펀드의 책임자인 것으로 확인돼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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