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 주진우·김어준 국민참여재판서 모두 무죄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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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차례로 김어준, 주진우. [사진 중앙포토]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과 동생 지만(55)씨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주진우 시사인 기자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환수 부장판사)는 24일 배심원단의 평결에 따라 주씨와 김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주씨가 지만씨에 관한 의혹을 시사인에 기사로 실은 부분에 대해서는 배심원 9명 중 6명이 무죄, 3명이 유죄로 판단했다. 이런 내용을 주씨와 김씨가 나꼼수 방송에서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 의견이 5명, 유죄 의견이 4명으로 나뉘어졌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8명이 무죄, 1명이 유죄 의견을 냈다.

무죄를 선고되자 방청석에 있던 나꼼수 팬클럽 회원 등 150여명은 박수를 쏟아내기도 했다.

주씨는 지난해 12월1일자 시사인에서 ‘박 대통령의 5촌 조카 박용수씨가 또 다른 5촌 박용철씨를 살해한 뒤 자살한 사건에 지만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후 주씨와 김씨는 ‘나는꼼수다’ 방송에서 이러한 의혹을 주장했다가 지만씨로부터 고소당했다.

주씨와 김씨가 의혹을 제기했던 살해 사건은 지난 대통령 선거 한 해 전인 2011년 9월 발생했다. 서울 강북구 소재 한 국립공원 주차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5촌 조카인 박용철(당시 49세)씨가 숨친 채 발견됐다. 이후 3㎞ 떨어진 곳에서 또 다른 5촌 조카인 박용수(당시 51세)씨가 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한 달간의 수사 뒤 강북경찰서는 “박용수씨가 박용철씨를 살해하고 자살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종결했다.

끝난 줄 알았던 이 사건은 1년여 뒤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대선을 앞두고 시사인 기자 주진우(40)씨가 박 대통령의 동생인 지만씨가 해당 살인 사건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보도하면서다.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에서도 관련 내용을 언급했다. 이에 지만씨는 주씨와 함께 공동진행자 김어준씨를 고소했고 검찰은 이들을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주씨 등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국민참여 재판을 신청했고 이 재판이 22일과 23일 이틀에 걸쳐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김환수) 심리로 열렸다. 양측은 배심원 11명(예비 배심원 2명 포함)을 설득하기 위해 쟁점마다 치열하게 다투며 격돌했다.

주씨가 보도한 기사의 핵심은 ‘지만씨가 매형인 신동욱(44)씨를 중국 청도에서 납치ㆍ살해하라고 박용철씨에게 지시했고 이런 사실을 박씨가 신씨 재판에서 폭로하려 하자 제3자를 통해 박씨를 살해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청도 납치 지시설을 유포한 혐의(명예훼손 등)로 신씨가 기소된 사건에서 신씨 측 변호인이 “2011년 9월 27일 박용철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는데 증언 전에 죽었다”고 한 진술 등이 근거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재판에서 “신씨 측이 박용철씨에 대한 증인신청서를 내지도 않았는데 무슨 증언이 예정됐었느냐”고 다그쳤다. 또 “이전 기일의 두 차례 증언을 통해 박용철씨는 ‘박지만씨의 살인청부 지시가 없었다’고 증언했고 확인서까지 냈다”며 “신씨의 주장은 1, 2, 3심에서 모두 명백한 허위사실로 확정됐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주씨 측은 “증인신청은 법정에서 구두로 했을 수 있다”며 “주씨는 기자로서 다른 정황증거들을 종합해 의혹이 있다고 판단해 보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살인 사건 수사를 놓고도 양측은 대립각을 세웠다. 검찰은 “박용수씨가 박용철씨를 생전에 ‘죽여버리겠다’고 수차례 지인에게 말했고 금전거래가 있었다는 주변 진술이 있다”며 “증거를 종합하면 두 사람의 원한에 의한 사건으로 결론 내린 경찰 수사에 무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변호인 측은 “범행도구인 망치와 칼의 손잡이 부분에 지문이 발견되지 않는 등 부실수사 의혹이 있다”며 “기자로서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정황이었다”고 반박했다.

전날 밤 10시쯤 검찰은 “주씨 등은 단순한 의혹제기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했다. 통상의 언론인이라면 적어도 반대 당사자의 반박의견도 함께 실어줬어야 하는데 이마저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후보자 검증이라는 명목으로 특정후보 가족을 반인륜적 패륜범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주씨에 대해 징역 3년, 김씨에 대해서는 징역 6월을 구형했다.

‘검찰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 신문을 거부했던 주씨는 최후진술에서 “생명을 위협받는 취재를 많이 했지만 이번 취재처럼 무서웠던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대한민국에서 배포 있게 권력을 감시할 수 있는 주 기자 같은 사람이 한 명쯤은 필요하지 않느냐”며 무죄를 호소했다.

23일 오전 9시30분에 시작된 참여재판은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검찰과 변호인 측이 첨예하게 대립했고 증인신문도 길게 이어져 24일 새벽 2시쯤 선고 결과가 나왔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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