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만, 살인 배후설' 나꼼수 … 검찰 징역 2년·3년 구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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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 진행자인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씨(맨 왼쪽)와 시사인 주진우 기자가 23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서 피고인석에 앉아 국민참여재판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검은 양복에 검은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검사석 옆에 자리 잡은 배심원 11명이 이들과 변호인, 검찰 간의 공방을 듣고 있다. [삽화=김회룡 화백]

지난 대통령 선거 한 해 전인 2011년 9월. 서울 강북구 소재 한 국립공원 주차장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5촌 조카인 박용철(당시 49세)씨였다. 이후 3㎞ 떨어진 곳에서 또 다른 5촌 조카인 박용수(당시51세)씨가 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한 달간의 수사 뒤 강북경찰서는 “박용수씨가 박용철씨를 살해하고 자살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종결했다.

 끝난 줄 알았던 이 사건은 1년여 뒤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대선을 앞두고 시사인 기자 주진우(40)씨가 박 대통령의 동생인 지만씨가 해당 살인 사건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보도하면서다.

주씨, 시사인에 보도해 명예훼손한 혐의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에서도 관련 내용을 언급했다. 이에 지만씨는 주씨와 함께 공동진행자 김어준씨를 고소했고 검찰은 이들을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주씨 등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국민참여 재판을 신청했고 이 재판이 22일과 23일 이틀에 걸쳐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김환수) 심리로 열렸다. 양측은 배심원 11명(예비 배심원 2명 포함)을 설득하기 위해 쟁점마다 치열하게 다투며 격돌했다.

 주씨가 보도한 기사의 핵심은 ‘지만씨가 매형인 신동욱(44)씨를 중국 청도에서 납치·살해하라고 박용철씨에게 지시했고 이런 사실을 박씨가 신씨 재판에서 폭로하려 하자 제3자를 통해 박씨를 살해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청도 납치 지시설을 유포한 혐의(명예훼손 등)로 신씨가 기소된 사건에서 신씨 측 변호인이 “2011년 9월 27일 박용철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는데 증언 전에 죽었다”고 한 진술 등이 근거였다.

박씨, 매형 죽이라 지시했는지가 최대 쟁점

 이에 대해 검찰은 재판에서 “신씨 측이 박용철씨에 대한 증인신청서를 내지도 않았는데 무슨 증언이 예정됐었느냐”고 다그쳤다. 또 “이전 기일의 두 차례 증언을 통해 박용철씨는 ‘박지만씨의 살인청부 지시가 없었다’고 증언했고 확인서까지 냈다”며 “신씨의 주장은 1, 2, 3심에서 모두 명백한 허위사실로 확정됐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주씨 측은 “증인신청은 법정에서 구두로 했을 수 있다”며 “주씨는 기자로서 다른 정황증거들을 종합해 의혹이 있다고 판단해 보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살인 사건 수사를 놓고도 양측은 대립각을 세웠다. 검찰은 “박용수씨가 박용철씨를 생전에 ‘죽여버리겠다’고 수차례 지인에게 말했고 금전거래가 있었다는 주변 진술이 있다”며 “증거를 종합하면 두 사람의 원한에 의한 사건으로 결론 내린 경찰 수사에 무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변호인 측은 “범행도구인 망치와 칼의 손잡이 부분에 지문이 발견되지 않는 등 부실수사 의혹이 있다”며 “기자로서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정황이었다”고 반박했다.

오전에 시작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져

 23일 오전 9시30분에 시작된 참여재판은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전날 밤 10시쯤 검찰은 “주씨 등은 단순한 의혹제기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했다. 통상의 언론인이라면 적어도 반대 당사자의 반박의견도 함께 실어줬어야 하는데 이마저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주씨에게 징역3년을, 김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 신문을 거부했던 주씨는 최후진술에서 “생명을 위협받는 취재를 많이 했지만 이번 취재처럼 무서웠던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대한민국에서 배포 있게 권력을 감시할 수 있는 주 기자 같은 사람이 한 명쯤은 필요하지 않느냐”며 무죄를 호소했다.

글=박민제 기자
삽화=김회룡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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