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귀국, 추징금 환수 불똥 막으러 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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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대표적인 추징금 미납자로 지목돼 온 김우중(77·사진) 전 대우그룹 회장이 16일 베트남에서 귀국했다. 이와 관련해 이른바 ‘김우중법’ 입법예고 등 자신에 대한 여론 악화에 정면 대응하기 위해 귀국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이날 오전 아시아나항공 OZ734편으로 베트남 하노이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이에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범죄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안에는 추징금을 당사자의 가족이나 제3자로부터도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김 전 회장 가족 소유 재산의 출처 등을 조사해 추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셈이다.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태와 관련해 2006년 대법원에서 17조9000억원의 추징금 확정 판결을 받았다. 임원 5명의 추징금까지 더하면 총 23조3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체 미납 추징금의 90%에 달하는 액수며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보다 10배나 많은 거액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까지 “재산이 없다”며 추징금을 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조세회피처에 숨겨둔 은닉재산이 드러나 840억원을 강제 추징당한 것이 전부다. 하지만 장남 선엽씨가 포천 아도니스골프장 대주주로 있는 데다 3남 선용씨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베트남에 600억원대 호화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여론이 악화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김 전 회장이 추징금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 귀국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측근들은 손사래를 치고 있다. 김 전 회장의 측근인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은 “추석을 가족들과 함께 보내기 위해 귀국한 것일 뿐”이라며 “추징금 논란에 대해 정면 대응을 한다거나 입장 표명을 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회장의 한 측근 인사는 최근 익명으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김 전 회장 등의 추징금은 외국환거래법 위반에 대한 징벌적 성격의 추징금으로 두 전직 대통령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선엽씨의 골프장 지분은 대우 사태 이전에 합법적 증여에 따라 이전된 것이며 베트남 호화 골프장 보유 의혹은 전혀 근거가 없는 오해”라고 주장했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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