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년간 다단계 무력시위 … 센카쿠 야금야금 지배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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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기 비행(8일)→무인기 출동(9일)→4만 병력 군사훈련(10일)→중·일 선박 14척 추격전(10일).

 일본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1주년(11일)을 앞둔 며칠 사이 중국이 센카쿠 열도 주변 해역에서 취한 조치다. 1년 전 일본의 국유화에 맞서 취했던 중국의 조치들과 비교하면 무력 사용의 수위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아졌다. 그 사이 단계적으로 센카쿠 열도 주변 해역에서의 군사행동과 무력시위 수준을 높여온 결과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일본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중국의 정상적인 해상활동에 이런저런 말을 하고 있다. 중국은 앞으로도 유효한 행동을 통해 댜오위다오의 주권을 수호할 것”이라며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중국은 일본의 국유화 조치 3일 만에 해안감시선 6척을 센카쿠 열도 부근 해역으로 보냈다. 3개월 후에는 열도 부근 해역에 항공기를 처음으로 투입했고, 올 1월엔 아예 일본 구축함을 향해 공격용 레이더를 조준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지난 7월에는 해경국을 신설하고 해경 감시선을 중무장시켜 힘의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단순한 감시에 그치지 않고 센카쿠 열도 주변 해역에서 조업 중이던 일본 어선을 영해 밖으로 몰아낸 사례도 세 차례 이상 있었다. 중국 국가해양국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중국은 59차례나 열도 주변 해역 감시활동을 폈고, 센카쿠 열도 518m까지 접근했다.

  일본은 일본대로 단호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0일 “아베 정권은 영토·영해·영공을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나갈 것”이라며 최근 빈번한 중국 측의 센카쿠 열도 영해 침범을 비난했다. 그는 “센카쿠 열도에 공무원을 상주시키는 것도 검토할 것”이라고 견제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양국의 대립을 타협과 절충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를 일축하기도 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11일 “일본 외무성 출신 인사가 중국 측과 절충한 ‘(센카쿠 열도 문제) 타개안’을 아베 총리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문제 해결을 뒤로 미루며 ‘중국에는 일본과 다른 입장이 있다’는 내용의 표현을 사용해 (일본이) 대내외에 입장을 밝힌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이를 보고받고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분쟁은 일절 없다는 생각을 관철할 것”이라며 일축했다고 한다.

 다만 이대로 가다 무력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일본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는 다음 달 7~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다. 양국 방위 당국 간 핫라인을 구축해 센카쿠 열도에서의 유사시에 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베이징=최형규,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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