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가는 "표면단결"|분열징조 뚜렷한 세계공당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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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5일「모스크바」에서 막을 올린 세계공산당대회는 불과 3일째에 접어들어 대회의 기본목적인 단결과는 동떨어진 심상찮은 분열의 징조를 뚜렷이 나타냈다.
이번 회의의 주최자격인 소련공산당의「레오니드·브레즈네프」서기장은 개막연설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원칙에 입각한 국제공산주의 운동과「프롤레타리아」국제주의에 충실할 것을 당부하고 공산주의자들의 단결만이 제국주의음모에 타격을 준다』고 역설했었다.

<묵계깨뜨린 소련>
그러나「브레즈네프」는『세계공산당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타국공산당을 비난하지 않기로한 대회준비회의의 결정』을 무시, 중공당을 비난함으로써 사전의 묵계를 앞장서 깨뜨리는 과오를 범했다.
1960년의 세계공산당 대회참가국이 81개국이었으나 9년만에 가까스로 열린 이번 회의에는 겨우 70개국만이 얼굴을 보임으로써「모스크바」대회는 시발점부터 절름발이 신세를 면하지못하였었다.
더욱이 불참국의 불참이유가 부득이한데 있다기보다 소련공산당의 영도권을 무시하거나 중공과 소련과의 미묘한 관계를 참작, 중공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는데 있었다는 것을 고려에 넣을 때 이번대회자체가 이미 국제공산운동의 분열상을 실증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하겠다.

<무시못할 중공입김>
중공을 비롯하여 월맹·북괴·일본등의 공산당이 일제히 불참하여『「아시아」부재현상』을보인 것은 중공당의 입김이 얼마나 강하냐 하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소련은 오늘날과 같이 어려운 여건하에서 70개국의 공산당이 회동, 대회를 갖게 되었다는 그 자체를 공산운동의 성공이라고 자화자찬한 것까지는 좋다.
「구스타프·후사크」공산당수가 이끄는「체코」공산당이 소련의「체코」침공을 합법화한데 도취한지는 모르겠으나「브레즈네프」는 대중공규탄의 거센 포문을 열어 이를 반대해온 일부공산당의 심한 반발에 부딪쳤다.
「브레즈네프」는『중공은 공산세계의 단결을 해치고 대규모적인 대소핵공격을 준비중에 있다』고 유례없이 강경한 어조로 마구 공격을 퍼부었다.

<격분한 루마니아>
불참당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사전묵계를 소련이 어긴데 격분한「루마니아」국가평의회의장「니콜라이·초세스크」는『「브레즈네프」의 이러한 반중공발언이 대회의 성공을 위태롭게 한다』고 강력히 이의를 제기했다.
「브레즈네프」의 타국공산당 규탄이 있자「오스트레일리아」공산당지도자「로지·아론」은『작년8월 소련군이 앞장선「바르샤바」조약국군대의「체코」침공』을 비난함으로써 세계공산운동의 분열의 틈은 더욱 벌어졌다.
「아론」은 이번대회에서「체코」문제를 거론하지 말아 달라는「후사크」의 호소를 묵살, 소련이 중공을 비난한다면 자기에게도「체코」문제를 제기할 권리가 있다고 선언, 소련의 영도권에 정면 도전한것이다.

<시한폭탄…이공당>
대회개막부터 소련의「체코」개입을 노골적으로 규탄해온「이탈리아」가 소련에 반격을 가할 시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이탈리아」공산당은 「롱고」서기장이 와병중이라는이유로「베르링겔」부서기장읕 대신 파견함으로써 처음부터 대회를 시덥잖게 여기는 태도를취했다.
소련의 대중공규탄결의안은 그들의 뜻대로 대회에서 통과될지 모르나 이는 국제공산운동의 단결에 도움이 되기보다 훨씬 해를끼칠 것임이 분명하다.
대회결과각국공산당의 성분은 더욱 분명해질 것이지만…….

<신상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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