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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 중 1명, 스마트폰에 빠진 청소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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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심재우
경제부문 기자

르네상스 인문학 강의로 명성이 높은 김상근 연세대 신학과 교수는 한 모임에서 “최근 2∼3년 사이 신입생들의 지적 수준이 현저하게 낮아졌다”고 개탄했다. 손에 스마트폰이 없으면 대화가 안 될 정도이고, 잠시라도 스마트폰을 확인하지 못하면 불안해하면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정도라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여성가족부 등 8개 부처가 합동으로 조사해 13일 발표한 ‘2012년 인터넷중독 실태조사’를 보면 김 교수의 탄식이 공연한 걱정이 아니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만 5세 이상 49세 이하 인터넷 사용자 1만5000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 인터넷 중독률은 7.2%로, 전년(7.7%)에 비해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스마트폰 중독률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세다. 스마트폰 중독률은 전체 11.1%로 전년(8.4%)에 비해 2.7%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률은 18.4%로, 전년(11.4%) 대비 7%포인트 높아졌다. 청소년 5명 가운데 1명꼴로 하루 평균 5.4시간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데 쓰고 있다는 것이다. 성인의 중독률(9.1%)보다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동전화가 나온 이후 전화번호 외우기가 힘들다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우리의 뇌는 쓰지 않으면 그만큼 퇴보한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은 웬만한 정보는 스마트폰 검색에 의지하고, 채팅과 게임으로 소일하면서 뇌의 잠재력을 죽이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날 미래부 등이 내놓은 예방 및 해소 종합계획을 보면 ‘그들만의 한가로움’에 한숨만 나온다. 건강한 스마트 미디어 이용습관 형성을 위한 ‘스마트 미디어 레몬교실’ 운영, 일상생활에서 실천 가능한 건강한 스마트 미디어 이용 아이디어 공모전 개최 등등이다. 지금 학교 현장에서는 스마트폰을 걷어가는 경우를 대비해 학생들이 제출용 폰과 실제 쓰는 폰 두 개를 들고 다닐 정도다. 좀 더 실효성 있는 예방책을 마련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이 아쉽다.

심재우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