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시진핑, 북송 탈북자 논의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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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서 추방돼 강제 북송된 9명의 탈북 청소년 문제가 국제사회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 1일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라오스와 중국의 강제송환 금지 원칙 위반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데 이어 이번 주부터 열리는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회의에서도 강제 송환된 9명에 대한 신변안전 문제와 후속대책이 다뤄질 전망이다. 미국도 이례적으로 정부와 의회를 통해 우려를 표시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31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탈북 청소년의 안전을 매우 염려하고 상황을 아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에드 로이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한에서 이들을 기다리는 암울한 운명에 대한 고려 없이 이들을 즉각 북송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내용의 공개 항의 서한을 보냈다.

 특히 7일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당국자는 2일 “정식의제로 다뤄지기보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 정도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하면서 중국의 탈북자 문제 태도 변화를 촉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렇게 되면 이달 하순에 있을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탈북자 문제가 주요 의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서도 북한인권법 제정 등 재발방지대책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재외공관 탈북민 담당 회의를 이달 중순 열 계획”이라며 “라오스 탈북 청소년 북송 건에 대해 리뷰하고 담당관들과 후속 대응책들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후속대책을 쏟아내기 전에 책임자 처벌이 먼저”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3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번 탈북자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외교 당국의 안이함과 무능력 등을 질책하고 책임소재 규명을 지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라오스 “탈북자 인신매매” 주장=라오스는 지난 1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국경지역에서 체포된 11명 중 9명은 14세에서 18세의 북한 국적자이며, 2명은 한국 국적자로 (탈북청소년에 대한)인신매매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사실과 다른 보도가 나오고 있다. 보도 경위에 대해 라오스 외교 당국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탈북청소년을 도와온 수전 솔티 미국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RFA 인터뷰를 통해 “인신매매를 당했다는 것은 정말 터무니없고 비열한 거짓말”이라며 “이들이 한국에 가고 싶어했다는 것을 라오스 당국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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