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배설의 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사람은 누구나 맑고 옳고 빛나는 행실로 일생을 장식하려 소원하는 법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남을 위해 덕을 세운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요새 대한매일신보사장이었던 영국인 배설의 유가족이 나타났다는「뉴스」로 떠들썩하는것도 그가 남긴 덕을 찬송하려는데 있음은 두말할것도 없겠다. 사실 지금도 양화진 외인묘지에 곤이 잠자고있는 배설은 당시 한제국 인민들에게 다시없는 마음의 벗이었다. 만일 배설같은 고마운 벗이 없었던들<첫째>항일 투쟁의 급선봉지인「대한매일신보」가 존속할수 없었을 것이요, <둘째>그토록 줄기차게 일어났던 의병운동의 사기를 돋울수도 없었을것이다. 더구나 그는 두번씩이나 기소되어 옥살이까지 해가면서도 한국과 한국인민을 도우려는 최초의 결심을 바꾸지 않았다. 말하자면 정의감에 불탔으며 투지가 흐르고 넘치는 사나이였다.
이렇듯 일본의 침략주의에 정면으로 맞서 싸운 배설의 공적을 높이 찬양하여 그의 유가족에게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수여하였음은 매우 유쾌한 일이다.
배설의 유가족을 일찍부터 찾은 사람중의 하나로 고최병우기자가 생각난다.
그는 배설의 출생지인「부리스톨」시를 직접 찾아 전화번호부까지 들춰가면서 그의 유가족을 만나보려고 몹시 노력했으나 헛수고로 돌아간 일이 있었다.
배설이야말로 짧은 일생을 한제국에서 마쳤으나 그것은 한국 인민을 위해 커다란 덕을 세운 멋진 생애였다.
남을 위해, 정의를 위해 목숨까지 바쳐가면서 온갖 정열을 아낌없이 쏟아놓은 그의 용기있고 폭넓은 생활태도는 한국신문역사에 길이 빛날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