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주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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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도서관이란 낱말에 대한 개념이 아직도 일반사회에서는 뚜렷하지 않은 것 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도서실」혹은「도서관」이란 간판이 함부로 남용이 되는 경우가 많다.
도서관은 인류문화의 모든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 보관하여 이를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곳이다. 이렇게 하기 위하여서는 자료를 보관하고 열람할 수 있는 건물이 필요하고 또한 자료를 정리하여 봉사할 수 있는 도서관인이 있어야한다. 이러한 모든 요소를 갖추었을 때 비로소 도서실 아니면 도서관이란 이름을 내 붙일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내에는 도서실 아닌 도서실 및 도서관이 얼마든지 눈에 띈다. 그것도 극히 최근에 와서 더욱 늘어가는 인상을 준다. 이러한 종류는 대개의 경우 과외공부의 부산물인 것 같다.
예를 들면 도서실이란 커다란 간판을 내걸고 입학시험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자리 값을 받는 곳이다. 이는 마치 야외에 소풍갔을 때 돗자리를 갖다 펴주고 자릿세를 받는 경우와 매한가지라 본다.
책 한 권 없는 방에 자리만 마련해 놓고 세를 받으면서 겉에는 도서실이란 커다란 간판이 붙어있다. 이런 경우는 도서실이란 미명을 내걸고 상행의를 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런 현상은 슬픈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도서관 주간에 이러한 도서관 아닌 곳에 붙은 도서실, 혹은 도서관이란 간판을 모조리 떼어버렸으면….
나는 항상 무슨 주간, 무슨 주간하고 어떤 특수한 기관의 연중행사 같이 한때 잠깐 내 걸었다가는 다시 내리고, 일년 내 잊고 지나다가 다시 봄 되면 먼지를 털어서 내거는 그런 따위 도서관 주간은 찬성할 수 없다.
도서관은 학교에서나 연구기관에 있어서나 또는 일반 공공 도서관에서도 일년내 계속이 되어야한다. 왜냐하면 도서관은 우리인간이 평생을 두고 다녀야하는 학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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