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그만」연극장대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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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마치 고전의「히로인」처럼 은막에서 사라졌던「잉그리드·버그만」이 금년 가을 문득 나타났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아마존」 극장의 무대 위에서 그는 또다시 환호와 감동을 줄 것이다 「버그만」은 「유진·오닐」 작 『이보다 웅장한 저택을』이라는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버그만」의 출연은 그의 말마 따나 『너무 규격화되고 타성에 빠져있는』 미국연극계의 연기자들에게는 새로운 활기와 자극제가 될지도 모른다. 『나는 연기자가 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으며 연기자로 일 할 수 없다면 죽는 편이 낫다』-. 「버그만」 의 자만과 의욕은 이 정도다.
그는 2년 전에 「런던」에서 『교외에서의 한달』(터그네브작)이라는 연극에 출연했었으며 작년에는 미국ABC·TV의 『인간의 소리』에 출연했다. 그러나 65년작『노탄 「톨스로이」』라는 영화의 출연에서 실패한 이후 영화에는 도무지 출연하지 않고 있다. 아니면 출연을 꾸준히 거부하고 있다는 말이 더 옳을 것이다. 『영화의 출연은 무자비한 고뇌를 요구한다』고 진저리를 치는 것이 요즘의 「버그만」 이다.
이번 「오닐」 작품에서는 자신의 출연을 몹시 만족해하고 있으며, 「오닐」은 이 작품으로 인해 터질 듯한 찬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버그만」은 수선을 부린다. 그의 나이는 어느새 52세.
그는 최근 「파리」 「로마」 「스웨덴」의 개인별장들을 후조 처럼 찾아다니며 남편「러스·쉬미트」(연출가)와 생활하고 있있다. 때때로 전 남편「로낼리니」와의 아이들인 3남매를 찾아 「로마」에서 정다운 어머니의 생활을 즐긴 적도 있었다.
「데뷔」 21년을 맞는 「버그만」은 어쩌면 연극계에서「유종의 미」를 남길지도 모른다. 지금 「버그만」은 그것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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