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교통부담금 최대 3배까지 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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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에 있는 코스트코 광명점 주변 도로는 주말과 휴일이면 아수라장이 된다. 매장 진출입과 인근 KTX 광명역사를 이용하기 위해 차량 수천 대가 몰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장 내 주차 공간은 722대에 불과하다. 매장 주변 200m를 이동하는 데 30~40분이 걸리기 일쑤다. 코스트코 광명점이 연간 부담해야 할 교통유발부담금은 2100만원이다. 하루 평균 매출 1억여원에 비하면 매우 적은 것이다. 주민 최병규(33·회사원)씨는 “고객이 몰려 주변 도로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정작 대형마트 측은 교통 대책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명시는 최근 이곳의 교통유발부담금을 종전 바닥면적 ㎡당 300~500원에서 700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조례안을 시의회에 상정했다. 인상안이 확정되면 코스트코 광명점은 연간 6000만원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

 전국 상당수 지자체가 대형마트·백화점 등의 시설에 대한 교통유발부담금 인상에 나섰다. 교통 체증 유발 요인인 할인매장 등이 대책 마련에 소홀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또 대부분 지자체 교통유발부담금 산정액이 20년 전에 마련됐다. 이 때문에 그동안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하지 못해 인상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광명시의회 문현수(진보정의당) 의원은 “지자체가 대형마트 눈치를 보며 교통유발부담금을 올리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이로 인한 피해는 시민들이 봤다”고 말했다.

 현재 교통유발부담금을 인상했거나 추진 중인 지자체는 경기도 광명시 등 전국 10여 곳이다. 경기도 안양시는 최근 손정욱(진보정의·비례) 의원 등 시의원 2명의 공동 발의로 ‘교통유발부담금 인상’ 조례안을 마련했다. 부담금을 기존 ㎡당 500원에서 700원으로 올리는 게 핵심이다. 시는 대형마트 등의 시설 16곳에서 연간 1억8500만원의 교통유발부담금을 추가로 받게 됐다.

 서울시도 부담금을 세 배 가까이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는 지난 2월 현재 ㎡당 350원인 부담금을 1000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도시교통정비촉진법 시행령 개정을 국토부에 건의했다. 서울시의 경우 연면적 1000㎡ 이상 대형 건물 1만3000여 곳에 교통유발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협성대 최회균(도시공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대형마트 입점 규제 정책을 시행하면서도 정착 필요한 교통유발부담금은 손을 대지 않았다” 며 “교통 체증을 유발한 당사자에게 현실에 맞는 부담금을 부과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전국종합]

◆교통유발부담금=도로교통촉진법에 따라 1990년 교통 혼잡을 유발하는 시설물의 출입 차량 수요 조절을 위해 도입됐다. 인구 10만 명 이상 도시에서 각 층 바닥 면적의 총합이 1000㎡ 이상인 시설물 연면적에 단위 부담금, 교통유발계수 등을 반영해 산정한다. 법령에서 정한 기준의 100%까지는 지자체가 조정할 수가 있고, 그 이상 조정할 경우 법을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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