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큰잔치] "내가 유명해져야 엄마 찾을수 있죠"

중앙일보

입력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막상 편지지를 펼쳐놓고 보니 눈물만이 앞섰다.

핸드볼 '비운의 골키퍼' 이남수(26.제일화재)가 어머니를 그리는 편지를 본지로 보내왔다. 전북 정읍에 살고 있던 이선수의 어머니 김환순(64)씨는 지난달 15일께 실종돼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핸드볼 큰잔치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쳐 팀을 창단 후 첫 우승으로 이끌어 최우수선수(MVP)로도 선정된 이남수는 애타는 마음을 편지지에 빼곡이 담았다.

"어머니 들리세요. 저 MVP래요. 초등학교 4학년 때 핸드볼 공을 잡은 이후 한번도 타보지 못한 상이에요. 엄마 기쁘시죠. 저 이번에 정말 몸이 부서지도록 했어요. 공이 날아올 때마다, 이 공을 잡으면 어머니의 소식이 잡힐지도 모른다고. 분명히 내가 유명해지면, 누구나 알아볼 만큼 핸드볼을 잘 하면 어머니도 이것을 알고 저희 7남매에게 돌아오실 거라고. 그래서 몸바쳐 공을 막아낸 거예요.

전 다 알아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어머니가 어떻게 저희들을 키워주셨는지. 두마지기 조그마한 밭에서 고추며 상추며 작물들이 나올 때마다 오빠.언니.동생 모두 제쳐두고 '운동하는 남수가 잘 먹어야지'라며 저에게 가장 먼저 음식을 내놓으실 때면 어머니가 절 얼마나 아끼시는지를 가슴깊이 꼭꼭 새겨놓았어요.

날씨가 너무 차갑네요. 지금이 따뜻한 봄날이라면 이토록 가슴이 시리진 않을텐데. 효도를 드릴 시간이 있기를 이젠 바라지도 않아요. 제발 한번만이라도 어머니 얼굴을 다시 뵐 수 있기를, 한번만이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어머니 어디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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