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이젠 '일반인 범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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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의 신동'으로 불리던 대학생 金모(28)씨.

그는 지난해 인터넷 증권거래를 하면서 불과 9개월 만에 1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내는 재주를 발휘했다.

수법은 간단했다.먼저 집.사무실.PC방에서 소형주를 매입한 뒤 추가로 허위 대량매수 주문을 해 주가를 끌어올렸다. 그러곤 오른 가격에 되팔고 허수 매수주문을 취소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는 결국 검찰에 붙잡혀 쇠고랑을 찼다.

인터넷 증권거래(사이버 트레이딩)가 흔해지면서 관련 범죄에 일반인들이 가담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증권사 직원.투자 상담사 등 전문가들의 전유물에서 '보통 사람들의 범죄'로 바뀐 것이다.

서울지검 형사9부(부장검사 鄭鎭永)는 지난해 6월 금융 범죄를 전담한 이래 지금까지 주가조작 사범 등 2백2명을 적발했다고 6일 밝혔다.이중 44명은 구속 기소, 1백18명은 불구속 기소됐으며 40명은 지명수배됐다.

검찰은 이중 증권사범 1백41명을 '블랙 리스트'로 만들어 특별관리하기로 했다.

향후 적발되는 증권사범도 리스트에 오르게 된다.

검찰은 이중 주가조작 사범에 대해서는 악덕 사기범(10년 이하 징역)에 준해 구형하고, 이들이 얻은 부당 이익도 전액 환수하기로 했다.

증권사 직원이 주가조작에 가담했을 경우엔 해당 증권사도 함께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 다양하게 진화하는 범죄기법들=한 종목을 선택해 수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고전적 수법은 한물간 상태다.

대신 대학생 金씨의 경우처럼 단타매매에 의한 시세조종 사건이 급증했다. 유통물량이 적고 소액주문으로도 시세변동이 용이한 중저가 중소형주들이 제물이다.

작전세력도 광역화.대규모화하고 있다.

은행 예치금 60억원을 횡령한 모은행 군산지점장 李모(45)씨는 서울.울산.인천 등지에 있는 증권사 직원들과 짜고 2000년 8~11월 I사의 주가를 2백50% 올렸다. 허수 주문을 내는 등의 수법으로 가볍게 60억원의 시세 차익을 챙긴 것이다.

이 과정에서 I사의 주가가 떨어지자 李씨 등은 대주주에게 "회사 경영권을 인수해 버리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 대주주들 직접 가담=부산 Y금속 회장 崔모(59).전 K종금 대주주 李모(71)씨 등은 1999년 10월 광주의 작전세력과 결탁해 자사의 주가를 7천원에서 2만원으로 올려 30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케이스.

이들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작전에 이용한 비밀계좌가 드러나는 바람에 줄줄이 구속됐다.

H사 대표 尹모(55)씨는 퇴출과정에서 공적자금 1천억원이 투입됐던 S보험사로부터 위장계열사 명의로 38억원을 무담보 대출받아 개인 증자 대금으로 사용했다가 붙잡혀 43억원을 회수당했다.

조강수 기자 pine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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