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 전면 재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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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현 정부에서 일정이 정해진 남동발전.조흥은행 등은 예정대로 민영화가 진행되지만 여타 공기업의 민영화 방안은 새 정부에서 전면 재검토한 뒤 추진하기로 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한 핵심 관계자는 21일 "지금처럼 단순히 공기업의 정부지분을 파는 것만으론 안되며 공기업 민영화 과정의 투명성과, 민영화 후의 지배구조가 선진화돼야 한다는 盧당선자의 지시에 따라 한국적 현실에 맞는 바람직한 민영화 모델과 투명성 장치를 연구 중"이라며 "현재 추진 중인 민영화 방안은 재검토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새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의 속도는 현 정부가 짜놓은 일정보다 늦어지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새 정부에서 공기업을 민영화한다는 원칙은 확고하다"고 전제하고, 다만 "정부지분 매각 후 지배구조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어 경영진이 전횡을 일삼고, 시장에서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민영화의 실익이 없는 경우가 있는 만큼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마련해 그 토대 위에서 민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민영화된 몇몇 발전 회사들이 파산한 것처럼 공기업 민영화가 실패한 사례가 있는 만큼 민영화 이후의 효율성에 대한 검토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며 "남동발전의 경우도 민영화 이후 지배구조 문제를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수위의 다른 관계자는 "민영화되는 과정에서 국민적 동의를 받을 수 있다면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생기는 사회적 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각계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민영화의 필요성과 해당 공기업에 적합한 민영화 방법을 찾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새 정부가 재벌의 공기업 인수를 원천 봉쇄하자는 것이 아니며, 다만 공기업 민영화가 재벌의 무분별한 업종 다각화의 수단으로 쓰이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노무현 당선자는 이날 정부 부처와의 토론회에서 "공기업 CEO 결정 과정을 보면 주주나 이해 관계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몇몇 사람들이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CEO를 정하기 때문에)시장 의견이 반영된 인사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공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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