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의 정기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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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날씨가 무척 맑은 날이었다. 우체부 아저씨가 웃으며 내게 소포 뭉치를 주었다. 고맙다는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성급히 포장지를 찢었다.
깨끗한 책 두 권. 나는 그만 함성을 울렸다. 찢어진 포장지 속으로 흐뭇한 오빠의 정을 느끼면서. 두 달 전 일이다. 큰오빠가 취직이 되어 서울로 올라갔다. 한 달만에 첫 봉급이라고 식구들에게 조그마한 선물꾸러미를 안고 왔었다. 그중 내게는 전부터 보고싶어하던 「월간교양지」를 갖곤 말이다. 기쁜 마음에 책장만을 부지런히 넘기는 나에게 오빠는 매달 보내줄 것을 약속했었다.
책을 무척 좋아하는 나에게 오빠는 보고싶어하는 잡지 한 권 못 사주었음이 무척이나 안되었었던 모양이다.
사실 몇 년 묵은 잡지 한 권이라도 보면 만일을 제쳐놓고 책만 읽기 때문에 엄마에게도 꾸중을 곧잘 듣긴 했었지만 낡은 책이라도 흔하지 않기 때문에 오빠의 선물이 나에게 정말 자랑스럽기만 했다.
오빠가 다시 올라간 후 난 애써 오래 오래 읽으려 했어도 얼마 안 가서 광고란까지 다 읽어버렸고 다음 호를 바로 보내주지 않는다고 애꿎은 오빠를 원망하고 있던 참에 새책이 온 것이다. 책은 사람을 외로움에서 구해주는 힘을 가진 모양이다. 나는 책만 있으면 외로움을 잊는다. 【김강숙·20세·여·충북 중원군 엄정면 미내동 제재소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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