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진 북 풍계리 … 주변에 방사능 계측 장비 설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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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근처에 방사능 계측장비를 들여왔다고 정부 핵심 관계자가 31일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핵실험 이후 방사능 유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방사능 계측장비를 북한이 최근 핵실험장 일대에 설치했다”며 “핵실험을 위한 기술적 준비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북한 지도부가 결심할 경우 언제라도 핵실험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핵실험장의 갱도 안에 핵 기폭장치를 원격조종하는 장치로 추정되는 차량이 포착돼 한·미 정보 당국이 정밀분석에 들어갔다. 정부는 이에 따라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열고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더 강력한 대북 제재안을 이끌어내기 위해 미국·중국·일본과 긴밀히 논의하기로 했다. 안보리는 지난달 22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규탄·제재하는 결의안 2087호를 채택했었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김관진 국방장관에게 “북한이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노골적으로 위협하면서 정부 이양기를 틈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는 데 대해 강력한 대응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다. 또 2월 1일부터 한국이 안보리 의장국을 맡게 되는 만큼 “안보리 이사국과도 긴밀히 협의해 나가라”고 말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회의에선 ‘북한이 일체의 도발적 언동을 중단하고 안보리 결의를 포함한 국제적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하며, 북한이 상황을 오판해 또다시 도발을 강행한다면 엄중한 결과를 초래할 것임을 경고한다’는 내용의 결의문도 채택했다.

 이에 따라 군은 북한의 핵실험과 추가 도발에 대비해 대북 감시태세를 강화하고 경계태세도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김관진 장관은 회의 후 전방 25사단을 방문해 “적이 도발하면 응징할 수 있는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자는 “핵실험 이후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발사나 전방지역에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이 있다”며 “영상정보를 관찰하는 금강과 감청 장비를 탑재한 백두 정찰기, 공중조기경보통제기(피스아이) 등 감시장비를 총동원해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사거리 800㎞급 탄도미사일을 조기 개발해 배치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적의 미사일 기지는 후방에 있는 경우가 많다”며 “도발 원점이 어디든 일거에 격멸할 수 있도록 사거리 800㎞급 탄도미사일이 빨리 실전배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은 지난해 한·미 미사일협정 개정으로 300㎞였던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800㎞로 늘리기로 함에 따라 2017년 실전배치될 예정이었으나 김 장관의 지시로 2년여 앞당겨질 전망이다.

고정애·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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