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카드 써보니 불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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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이나 슈퍼마켓 등이 주류도매업자로부터 술을 살 때 결제수단으로 쓰는 주류구매전용카드가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술을 주문하기 전에 은행 계좌에 돈부터 넣어야 하는 직불카드 형태고 취급 은행이 지역별로 한두곳이라서 찾아가기 힘들다는 것이다.

주류카드는 국세청이 영수증 없이 주류를 사고 파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7월 도입한 것으로 전국 60만곳의 식당.슈퍼마켓 중 약 80%가 쓰고 있다.

서울 면목동의 한 슈퍼마켓 주인은 "신용카드 방식으로 하면 매달 정해진 날짜에 한번만 잔고를 맞추면 되는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여러 번의 거래를 한꺼번에 결제하는 것은 제도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면서 "신용카드 방식을 선택하면 수수료가 5~8% 붙어 주류 가격이 오르는 요인이 된다"고 반대했다.

◇ 취급 은행이 적다=주류카드 결제은행은 각 지역 주류도매협회가 정하는데 지역별로 한두 은행만 지정돼 있다. 서울.경기.충청.전북.강원은 조흥은행과 농협에서만 결제되며,▶광주.전남(광주은행)▶대구.경북(대구은행)▶경남(경남은행)▶제주(제주은행)는 한곳만 가능하다.

강원도 영월군의 한 식당 주인은 "소주를 사고 돈을 치르려면 근처 농협까지 30분을 걸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 점포가 많은 대도시의 식당.슈퍼마켓 주인들도 "거래 은행을 놓아둔 채 굳이 다른 은행에 새로 계좌를 터 돈을 넣어야 하느냐"며 "이체하려면 건당 5백~1천원씩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은 각 지역 주류도매협회에 주류카드 결제은행을 늘리도록 요청하기로 했다.

◇ 일부 도매업자가 주류카드 회수=일부 도매업자들이 술을 공급하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식당.슈퍼마켓의 주류카드를 빼앗아 가는 일도 있다. 주류카드를 뺏긴 식당.슈퍼마켓은 다른 도매업자들이 취급하는 수입양주나 민속주 등을 살 때 결제를 못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식당.슈퍼 주인들이 도매업자에게 비밀번호까지 알려줘 금융사고가 우려된다"면서 "가까운 세무서에 신고하면 즉시 시정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고현곤 기자hkko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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