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월드컵] 야구 대표팀 운영방안 개선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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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시드니올림픽에서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획득했던 김응용감독은 기자회견장에서 첫 소감으로 '다음부터는 자발적으로 올림픽에 참가하겠다는 선수만 데려와야겠다'고 밝혔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최고의 명장이라는 평판을 들으며 강력한 카리스마의 주인공이지만 올림픽기간내내 선수단 통솔에 상당한 애로가 있었음을 사실상 시인한 한마디였다.

최근 대만에서 열린 제34회 야구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이끌었던 김정택 상무 감독은 프로선수들의 안이한 정신상태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김 감독은 8강전에서 패한 뒤 '기본적인 인성조차 갖추지 못한 선수들이다. 저런 선수들의 가슴에 태극기를 달아줘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이번 대회에 출전한 일부 프로선수들의 플레이는 외국 언론의 눈에도 무성의하고 불성실하게 비쳐졌다.

대만의 유력 일간지 중국시보가 '거만하기만 하고 투지가 없는 한국이 이길수 있겠는가'라는 제하의 기사를 실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물론 선수들 입장에서도 하고 싶은 말은 있을 것이다.

소속 구단에서는 운동만 열심히 하면 모든 것이 지원되고 금전적인 혜택으로 연결되지만 대표팀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협회의 지원도 빈약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더라도 별다른 보상이 없다.

또한 아마추어 감독과 생각하는 야구관이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본 프로선수들의 행동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다카하시(요미우리)나 후지이(야쿠르트)는 일본내에서도 톱스타들이다.

그들 역시 6개월 이상의 프로리그를 소화하느라 피곤하기는 마찬가지일텐데 타이베이의 경기장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행동들을 보여줬다.

한국과 일본선수들의 태도가 이처럼 판이한 것은 국가관의 차이라고 볼수 밖에 없다.

적어도 국가대표라면 국제무대에서 자신 가슴에 달린 태극기가 부끄럽지 않을 행동을 해야 한다.

국가를 대표한다는 사실을 망각한채 오로지 돈을 위해 운동을 한다면 프로선수로 구단에만 머물러야 할 것이다.

프로선수들은 내년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을 비롯해 앞으로도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8개 구단이 병역 면제를 위해 선수들을 내보낼 것이 아니라 인성검사를 해서라도 한국 야구를, 태극기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선수들만 출전시켜야 할 것이다. (타이베이=연합뉴스) 천병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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