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지금도 노래를 불려요 '박화요비'

중앙일보

입력

언젠부턴가 가수들이 노래 대신 개그를 하고, 개인기에 목숨을 건다. 참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그래도 음악 듣는 즐거움은 있는 법. 박화요비는 그런 우리에게 음악이 무엇인지, R&B의 맛이 어떤 건지 보여주는 몇 안 되는 소중한 가수다. 노래 잘하는 여자 박화요비의 두 번째 앨범 속으로 들어가보자.

NINETEEN PLUS ONE
그녀를 만나기 전 첫 번째 앨범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땐 ‘my all’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지금 두 번째 앨범은 ‘nineteen plus one’이다. 처음 박화요비라는 이름을 알릴 때가 열아홉, 그 사이에 하나가 더해졌다.

그 ONE에 담긴 의미는 무척 많으리라. 일년의 시간, 성숙함, 자신이 만든 노래, 세상을 보는 눈, 자존심 등등 노래 욕심 많은 그녀의 생각이 그대로 묻어 있다. 앨범을 채운 12곡을 듣다 보면 우와, 스무 살 여자아이 목소리가 이렇게나 굵고 깊이가 있을 수 있다니라는 감탄만 나올 뿐이다. 이별곡이 많길래 이번엔 진짜 해보지 않았을까 했더니 상상만 늘 한단다.

스무 살은 뭔가 로맨틱하고 근사하게 보내고 싶었다며 아이 같은 투정도 살짝 부린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고, 요즘은 오사마 빈 라덴과 전쟁에 대해 관심도 갖고, 엊그제 면허 따서 자동차에 부쩍 눈이 가는, 스무 살 그 또래 박화요비.

노래할 때면 음, 난 가수구나, 연예인이구나라고 느끼는 순수한 사람. 솔직하고, 명랑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소녀예요. 하하 웃던 그녀가 무척이나 맑아서 가슴이 뭉클했다.

'LIE'를 지나 '눈물'로
타이틀곡 ‘눈물’은 ‘LIE’의 연장선상에 있는 노래다. 딱 박화요비만의 R&B 스타일. 애절한 발라드에 가슴 아픈 이별이라는 공통점도 지녔다. 이번 앨범에서 그녀는 절반인 6곡을 혼자 만들었다.

창법이나 곡의 분위기는 일부러 바꾸지 않았다. 그저 부르고 부르다 보니 그 노래가 꼭 자기 얘기 같고 그렇게 마치 정말로 이별한 사람처럼 슬퍼져 전체적으로 성숙해지고 자연스레 창법도 더 애절하게 바뀌었다.

일단 만든 곡을 쭉 들어본 다음 생각나는 대로 제목을 정하고 거기에 맞게 작사를 하는 스타일이다. 이번 앨범엔 개성이 각각 다른 뮤지션들과의 작업이 돋보인다.

윤상이 만든 경쾌한 팝 스타일의 ‘고백’은 박화요비의 새로운 보이스(윤상은 그녀에게 그저 예쁜 목소리로 불러달라고 했다고)를 들을 수 있고, 업타운 활동 때 확실하게 R&B를 풀어낸 정연준은 그녀의 목소리를 세련되게 뽑아냈다.

사실 정연준과의 녹음 기간엔 둘 다 맛난 것만 시켜 먹은 기억만 잔뜩 있단다. 11월 말엔 그녀의 최대 장점인 콘서트에서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일년 사이, 그녀가 플러스시킨 모든 것들을 천천히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