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이 찬성하는 것 혼자 반대 쉽지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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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이영모 전 헌법재판관

“다수가 반드시 옳은 건 아니다.”

 이영모(77) 전 헌법재판관. 그는 헌재 사무처장으로 일하다 재판관에 임명된 1997년부터 2001년 퇴임 때까지 4년여간 사회적 현안마다 다양한 소수 의견을 제시하며 ‘미래의 다수’를 대변해 왔다.

헌재 역사상 가장 많은 108건의 소수 의견을 낸 이 전 재판관을 최근 만났다. 그는 소수 의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영원히 옳은 다수란 존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 소수 의견을 가장 많이 낸 헌법재판관인데.

 “헌법재판을 하다 보면 8명이 찬성하는 것을 혼자 반대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평의실에서 소수 의견을 얘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문서로 남기는 일도 부담이 상당히 컸다. 외로운 작업이었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 소신엔 변함이 없다.”

- 소수 의견이 다수가 된 경우도 적지 않다.

 “세월이 지나고 보니 내가 얘기했던 소수 의견들이 다수가 된 사례가 꽤 있다. 결국 다수 의견이 반드시 옳다고 볼 수는 없는 것 아닐까. 또 영원히 옳을 수도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시대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그 속도도 굉장히 빠르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낸 소수 의견이 모두 다 옳았다고도 볼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시대에 맞는 그런 답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 소수를 대하는 다수의 자세는 어때야 하나.

 “다수를 설득하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각자의 인생관, 철학, 성장 과정에 차이가 있어 다른 의견을 내는 건데, 많은 이의 지지를 받는 쪽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소수 의견엔 아예 귀를 막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다수도 언젠가는 소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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