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그리고 그렸다 소나무 자태에 취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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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문봉선, 설송(雪松) Ⅱ, 2012, 한지에 수묵, 189×96㎝. [사진 서울미술관]

“태행산(太行山) 홍곡(洪谷)의 아름드리 소나무를 수천만 번 그려보니 소나무의 ‘진(眞)’이라는 것이 뭔지 알게 됐다더라.”

 1978년 서울대 미대에 재학 중이던 26세 강요배는 데생을 가르치던 동양화과 지망생 문봉선에게 이 얘기를 들려줬다. 까까머리 고교생을 관악산으로 이전한 서울대로 초대했다. 새로 개간한 운동장의 아름드리 소나무를 그려보라며 건넨 ‘어린 스승’의 이 얘기를 문봉선은 마음에 새겼다.

 문씨는 홍익대 동양화과 진학 후 고향인 제주도 산천단의 천연기념물 곰솔, 성북동 간송미술관 인근의 홍송 등을 찾아다니며 그리고 또 그렸다. 그리고 30여 년 뒤 소나무만으로 미술관을 꽉 채운 전시회를 열었다.

 문봉선(51) 홍익대 교수가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독야청청(獨也靑靑)-천세(千歲)를 보다’전을 연다. 이곳 노송(老松)인 ‘천세송(千歲松)’을 비롯, 전시작 20여 점 중에는 가로 7∼10m 대작이 많아 소나무숲을 방불케 한다. “누가 봐도 나의 그림이라고 알 만한 화법을 갖기까지 30여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는 그의 소나무 품평을 들어보자.

 “강원도 것은 쭉쭉 솟아 목재로 쓰기엔 좋으나 그리기에는 재미가 덜해요. 경북으로 내려가면 곡선이 아름답습니다. 그중 제일이 경주 소나무고요. 전라도와 강화도의 앉은뱅이 소나무가 운치가 있죠. 쓰러질 듯 넘어질 듯 묘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합니다.” 내년 2월 17일까지. 성인 7000원. 02-39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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