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사직서를 제출한 윤희숙 의원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국회가 폭력 조직인가요? 왜 '탈퇴'를 안 시켜주죠?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중앙포토]
영화 ‘영웅본색’의 비극적 반전은 위조지폐 제조 단체의 ‘넘버 투’였던 송자호(적룡 분)가 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조직과의 인연을 끊고 새 삶을 찾는 데서 시작합니다. 택시기사가 된 그를 조직이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그의 자리를 꿰찬 새 ‘넘버 투’가 송자호를 협박(경찰관인 그의 동생에 대한 위해를 암시)해 조직으로 끌어들입니다. 새 조직 관리자로서의 힘을 과시하고, 그를 이용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한국 영화 ‘해바라기’에도 출소 후 ‘차카게 살기’로 마음먹은 깡패 태식(김래원 분)에 불편과 불안을 느끼는 ‘조직’이 등장합니다. 태식은 신체 훼손을 감내하며 ‘평화 의지’를 드러냈지만, 조직은 집요하게 그를 괴롭힙니다. 결국 태식의 주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게 되고 그는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했냐”고 외치며 홀로 조직에 맞섭니다. 영화는 비극적 파국으로 끝을 맺습니다.

조직 폭력배 영화에서 이탈자 괴롭힘은 흔한 소재입니다. “너만 깨끗해지겠다는 거냐”는 힐난, “결국 돌아오게 된다”는 비아냥이 대사로 흐릅니다. 마피아 영화 ‘22블렛’에서 어둠의 세계에서 벗어나려는 주인공(장 르노 분)에게 조직원이 이렇게 말합니다. “너는 다르다고 생각해? 더 낫다고 생각하나? 우린 똑같은 부류지.”

 현실 세계에서도 깡패 조직이나 불량 모임에서는 ‘탈퇴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습니다. ‘탈퇴한 선배 찾아가 집단 폭행, 경주 조폭 무더기 검거.’ 올해 5월 한 지방지 기사의 제목입니다. ‘조직을 떠나? 탈퇴 의사 밝히자 집단 폭행한 군산 조폭들.’ 지난해에 나온 기사의 제목입니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같은 부류의 기사가 무수히 나옵니다. 학교의 일진 조직이나 대학교의 운동부에서도 이탈자에 대한 집단적 괴롭힘이 꾸준히 발생합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 ‘패밀리 정신’ 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혼자만 깨끗한 척한다고 보는 삐뚤어진 마음, 악행의 책임을 나누는 분모(n) 감소의 현실. 이런 것들이 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선량(選良)의 모임인 국회에 대단히 불경스럽지만 윤희숙 의원 문제를 보면 폭력 조직이 떠오릅니다. 가족의 행위에 도덕적 책임을 지는 뜻으로 사표를 내고 떠나겠다는데 “그건 곤란하다”고 합니다. 의원직 사퇴를 본인과 가족에 대한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를 피하는 방패로 쓰려는 것도 아닌데 그럽니다. 윤 의원은 공수처든 경찰이든 수사를 하면 성실히 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평안 감사도 제 싫으면 그만이고, 헌법에 엄연히 직업 선택의 자유가 쓰여 있는데도 마음대로 그만둘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의원회관에서 짐을 뺐는데도 “누구 맘대로 집으로 가냐”고 합니다.

 ‘네가 그러면 더 큰 의혹을 받는 의원들은 어쩌라는 것이냐’ 는, 여권 의원들의 불편한 심기가 드러난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윤 의원의 사퇴 결심을 비난하는 범여권에는 형사적 문제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거나 1심에서 의원직 상실 범위에 속하는 형을 받은 의원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버젓이 의정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일부 여당 의원은 윤 의원에게 탈당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나가면 이 구역에서 완전히 떠나라”는 마피아 조직원의 대사를 듣는 듯합니다. 종종 현실이 더 영화 같습니다.

 윤 의원 사퇴 문제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생각을 짚은 기사를 보시죠. 의견이 여러 갈래라고 합니다. 이것이 그렇게 어렵고 복잡한 일인가요?


더 모닝's Pick
1. 윤석열 '청부 고발' 의혹 감찰 착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해에 여권 인사들에 대한 '청부 고발'을 시도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대검 간부가 고발장을 작성해 야당 측에 전달했다는 것입니다. 보도를 한 곳은 '뉴스버스'라는 인터넷 언론사입니다. 보도 내용에?청부 고발을 입증하는 근거가 들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관련 당사자들은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법무부와 대검은 보도물 게시 하루 뒤인 어제 곧바로 감찰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속도가 이례적입니다.

2. '뮤 변이'에 돌파 감염 속출
 콜롬비아에서 올해 초에 보고된, ‘B.1.621’ 라는 변이 바이러스가 있습니다. WHO가 지난달 말에 ‘뮤(Mu) 변이’로 명명한 것입니다. 벨기에의 한 요양병원에서 이 변이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7명이 숨졌습니다. 모두 백신 2차 접종까지 받은 사람들이었습니다. 돌파력이 센 변이 바이러스로 추정됩니다.

3. 대선 후보 '역선택' 방지 가능할까?
 국민의힘은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까지 세 차례 경선을 치릅니다.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100%, 70%, 50% 반영합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이 후보 선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합니다. 그런데 일반인 상대 여론조사 결과를 이 정도로 반영하는 한 '역선택' 작용을 막을 방법은 마땅치 않다고 합니다. 국민의힘이 대선 항해에서 태풍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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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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