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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지지층선 홍준표 7→23%...여론조사 보니 역선택 가능? [뉴스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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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역선택’ 문제를 둘러싼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 간의 갈등이 사생 결단으로 치닫고 있다. 후보 선출 때 여론조사 반영 비율이 높고 후보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국민의힘 지지층이 아닌 사람을 조사 대상에 포함할지 여부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최종 후보를 선출하기까지 세 차례 경선을 치르는 국민의힘은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각각 100%(1차, 9월 15일), 70%(2차, 10월 8일), 50%(3차, 11월 9일)씩 반영한다. 지난달 26일 경선관리위원회(위원장 정홍원)가 출범하기 전 임시로 활동했던 경선준비위원회(위원장 서병수)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여론조사 문구에 넣지 않는 걸로 정리한 뒤 최고위원회의 추인을 받았다. 국민의힘뿐 아니라 다른 정당 지지자도 여론조사 때 배제하지 않겠다는 결론이었다.

서병수 의원은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결정 과정에서 전문가 두 명이 ‘역선택은 결과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기 때문에 역선택 방지 조항은 안 넣는 게 좋다’는 의견을 줬다”며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리든 이해관계가 대립하기 때문에 원칙에 맞게, 전례가 없고 학문적으로 분명하게 뒷받침되지도 않는 역선택 방지 조항은 안 넣는 게 맞다고 봤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선관위, ‘역선택 방지’ 재검토 뜻 밝히며 갈등 격화

하지만 경준위의 바통을 이어받은 선관위가 역선택 방지 문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민의힘은 내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1일 후보 측 의견을 듣는 자리에서도 15명의 대리인 중 3명(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은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8명(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은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그렇다면 실제 여론조사 결과는 어떻게 움직여왔을까. 중앙일보는 올해 7월 이후 여권과 야권을 나눠 대선 후보 적합도를 조사해온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TBS 의뢰) 정례조사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를 분석했다. 두 조사는 각각 무선 자동응답(ARS) 조사와 무선 면접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고 각각 매주, 격주로 결과를 내놨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2일 발표된 NBS 조사에서 야권 후보 적합도는 윤석열 전 총장 22%, 홍준표 의원 19%, 유승민 전 의원 10%, 최재형 전 원장 2%, 원희룡 전 제주지사 2% 순이었다. 7월 30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윤 전 총장은 8월 5일 조사에서 26%를 기록한 뒤 내림세다. 7월 8일 조사에서 10%였던 홍 의원은 두 달 만에 9%포인트 상승했다.

지난달 30일 공표된 KSOI의 야권 후보 적합도 조사에선 윤석열 25.9%, 홍준표 21.7%, 유승민 12.1%, 최재형 3.6%, 원희룡 2.4%였다. 윤 전 총장은 이 조사에서도 지난달 2일 31.2%로 최고점을 찍은 뒤 내려가는 추세고, 7월 19일 조사에서 12%였던 홍 의원은 한 달여 만에 9.7%포인트 올랐다.

논란이 되는 건 이런 결과에 실제 역선택이 작용했느냐다. 야권 후보 적합도를 조사할 때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전체 조사 때와 순위가 뒤바뀐다. 2일 NBS 조사에서 홍 의원(23%), 유 전 의원(15%)이 선두권인 반면 윤 전 총장(5%)은 처지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홍 의원은 7%(7월 8일)에서 23%(9월 2일)로 두 달여 만에 세 배로 뛰었다.

지난달 30일 KSOI 조사에서도 홍 의원(26.4%)과 유 전 의원(18.4%) 지지율이 윤 전 총장(4.2%)보다 높았고,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층만 놓고 볼 때도 흐름엔 변화가 있다. NBS 조사에서 입당 직후 61%(8월 5일)까지 찍었던 윤 전 총장 지지율은 최근 50%(9월 2일)로 내려왔다. 한 달여 전까지 9%(8월 5일)였던 홍 의원은 23%(9월 2일)로 올라왔다. KSOI 조사의 흐름도 비슷했다.

이런 흐름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역선택의 존재 가능성을 인정한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 A씨는 “선거마다 경향성이 다르기 때문에 예전에 역선택이 없어서 지금도 없다는 건 맞지 않다”며 “여러 데이터의 정황상 역선택의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실제 역선택이 결과에 영향을 얼마나 끼치고, 막을 방법이 있느냐다. 또 다른 전문가 B씨는 “야당 후보를 선택하는 민주당 지지자 중에 역선택이 없는 건 아닌 것 같다”면서도 “반대로, 민주당의 특정 후보가 싫어서 그를 이길 거라 보는 야당 후보를 찍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역선택은 특정인에게 유리한 것과 불리한 것이 혼재돼 있어 당락을 결정짓는 수준은 아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전문가 C씨는 “역선택이 가능하더라도 실제 미친 영향을 검증한 공인된 결과가 없다”고 했고, A씨도 “역선택의 가능성이 있지만 이걸 과학적으로 증명할 길은 없다”고 했다.

상당수 전문가 “역선택 존재 가능…입증은 어렵다”

역선택을 구분해서 정의하는 전문가도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의도적·전략적 역선택은 응답자가 미리 준비하고 역선택을 하는 경우로 유의미하게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라며 “반면, 지금처럼 민주당 지지자가 압도적으로 선호하는 야당 후보가 있는 구조적 역선택의 상황에선 전체 결과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역선택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해결책 또한 달리 언급된다. A·B·C씨는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없기 때문에 그걸 막는 과학적인 방법도 없다”는 입장이지만, 배 소장은 “구조적 역선택의 경우 국민의힘과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와 전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따로 한 뒤에 결과를 합산하면 어느 정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배 소장은 그러면서도 “2차와 3차 경선 때는 당원 투표가 따로 반영되기 때문에 구조적 역선택을 막는 장치는 1차 경선 때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체 대상’과 ‘국민의힘 지지층+무당층 대상’ 조사 합산 방식 대안도

전문가들은 “논란이 계속되는 게 국민의힘 입장에선 좋을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C씨는 “역선택 논란이 커질수록 잘못된 시그널을 줘서 실제 결과에 영향을 끼치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선관위가 2일 마련한 역선택 관련 전문가 의견청취 때도 이런 의견들이 전달됐다고 한다. 간담회엔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에 찬성·반대하는 입장 각각 2명, 중립적인 입장 2명 등 모두 6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논란이 확산하자 “논쟁을 시급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007년 당시 이명박·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가 경쟁할 때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이날 “역선택을 방지할 어떤 완벽한 장치나 기법은 현재 여론조사만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도 “민주당 열혈 지지자들로 하여금 국민의힘 경선 무대에 참여토록 하는 유인책이나 유혹만큼은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고는 “역선택이라는 어려운 문제로 논쟁할 시간에 국민의힘 지지자와 일반 국민이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홍원 “처음도 나중도 공정…사심 없이 경선 이끌겠다”

일부 후보 측으로부터 “윤석열 전 총장을 위해 경선 규칙을 바꾸겠다면 사퇴하라”(유승민 전 의원)는 공격을 받는 정홍원 위원장은 이날 “처음도 나중도 공정이라는 가치를 최고 목표로 삼고, 사심 없이 경선을 이끌어 가겠다”며 “국민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개인의 영달보다 역사에 칭송받는 사람으로 기록되는 후보가 될 수 있도록 각오를 달리해 달라”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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