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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적 두고 의원만 사퇴…‘윤희숙 배수진’에 與 스텝 꼬인 이유

중앙일보

입력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제출한 국회의원 사직안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윤 의원의 사퇴 선언 배경이 된 부친의 땅 투기 의혹을 맹렬히 비판해왔고 범여권 의석수만으로 가결(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이 가능하지만, 막상 사무실 짐까지 빼며 배수진을 친 윤 의원 앞에선 의견이 갈라진다.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대선 경선을 포기하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지금 저 자신을 공수처에 수사 의뢰한다"면서 "공수처가 못하겠다면 합수본에 다시 의뢰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대선 경선을 포기하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지금 저 자신을 공수처에 수사 의뢰한다"면서 "공수처가 못하겠다면 합수본에 다시 의뢰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①“탈당 먼저”…명분론=민주당이 국민의힘과 극한 대치 중이라지만, 동료 의원의 사직안 처리를 위해선 우선 명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지도부 관계자는 “사직안 처리를 위해선 윤 의원의 탈당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 자체 무혐의’를 받은 윤 의원이 당적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중징계’인 의원직 박탈에 나서기 부담스럽다는 우려다.

윤 의원은 지난달 국민권익위 조사 결과 땅 투기 의혹(국민의힘 총 12명)을 받았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의원을 포함한 6명에 대해선 소명 절차가 완료됐다고 판단하고 탈당 권유 등 징계 절차를 밟지 않았다. 반면 민주당에선 지난 6월 탈당 권유를 받았던 자당 의원 7명이 아직 버티고 있다.

윤 의원은 당적은 유지한 채 의원직은 버리겠다는 의사가 분명하다. 사직안 제출 이틀 후 기자회견(지난달 27일)에서 “제가 우리나라 정치에서 얼마나 특이한 인물인지 안다. 제 방식으로 책임지고 제 기준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왜 탈당을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최고위원.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최고위원. 임현동 기자

이에 민주당에선 “민주당에 떠넘길 일이 아니라, 국민의힘이 책임 있게 처리하면 된다”(2일, 윤건영 의원)는 주장이 나온다. 사직안 처리를 아예 반대하는 이도 있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윤 의원 사퇴쇼에 들러리로 동참하지 않겠다. 사퇴안을 부결시키는 데 앞장서겠다”(지난달 27일)고 말했다.

②“좌고우면 말라”…강경론=이런 분위기에 대한 반격도 있다. “윤희숙 사퇴안 처리를 놓고 좌고우면하지 말라”(김두관 의원)는 주장이다. 대선 주자인 그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도대체 민주당이 윤희숙 의원을 왜 비호하냐. 윤희숙의 협박에 왜 안절부절못하냐”라며 이같이 썼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김두관 의원.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김두관 의원. 임현동 기자

강경론은 윤 의원 부친 투기 의혹이 실재하며, 윤 의원이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직 시절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공모한 의혹이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다. 윤 의원이 “우스꽝스러운 조사”(지난달 25일)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가 이틀 후 “투기 의혹으로 비칠 여지가 있다”고 한발 물러서 공세에 빌미를 주기도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 의원들은 자신이 직접 책임 있는 사유에도 단 한 명도 사퇴 의사를 밝힌 적이 없고, 자진 탈당한 사람도 없었다”며 민주당을 ‘내로남불’로 몰았지만 김 의원은 “민주당 국회의원과 윤희숙 의원은 차원이 다르다. 단순한 농지법 위반과 수십억대 부동산 기획 투기를 똑같은 기준으로 처리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수도권 재선 의원도 “우리는 ‘탈당 권유’라도 했는데, 윤 의원은 혼자 당당하지 않나”라며 “내로남불 역풍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 의원 사퇴 처리를 주장하는 또 다른 수도권 재선 의원은 “우리가 그간 윤 의원을 비판해온 게 있는데, 만일 본회의에서 부결된다면 오히려 ‘국회의원 제 식구 감싸기’로 싸잡힐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③“의원들이 판단할 것”…자율투표=당내 의견이 갈라진 상황에서, 사직안 처리 열쇠를 쥔 윤호중 원내대표는 “처리 자체를 반대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야당이 적극적으로 처리하겠다고 하면 저희는 거기에 따르겠다는 입장”(1일 라디오)이라고 말했다. 또 “(윤 의원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해온 데 대한 의원들의 판단이 있을 것”이라며 당론 없이 의원 자율투표에 맡긴다는 방침도 밝혔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임현동 기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임현동 기자

송영길 대표도 유보적 입장을 드래냈다. 지난달 26일 “당에서 탈당을 권유한 것도 아닌데 자존심 상한다고 탈당을 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과잉 행동 아닌가”라고 말한 뒤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진 않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우리가 사퇴하라 한 적도 없다”(지난달 30일), “소속 정당에서 대표가 국회의장에게 처리해달라 요청하면 의장이 (상정 여부를) 정하실 것”(1일)이라고만 했다. 송 대표와 가까운 한 수도권 의원은 “실체적 진실 규명도 없이 국민들의 선택을 져버리겠다는 윤 의원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국회 전체가 우습게 됐다”며 “선명한 방향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회 안팎에선 박병석 국회의장이 상정 자체를 보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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