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주말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 줄 뉴스레터 서비스 ‘문화비타민’입니다. 매주 금요일 음악ㆍ방송ㆍ영화ㆍ문학ㆍ미술 등 각 분야를 담당하는 중앙일보 문화팀 기자들이 놓치면 아쉬울 문화계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이번 주는 클래식 음악을 담당하는 류태형 객원기자의 이야기입니다.


탄생 150주년 맞는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영화 같은 삶 

내년 탄생 150주년을 맞는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한국의 18세 청년이 피아니스트들에게 최고의 난곡으로 손꼽히는 노도 같은 작품을 서핑 하듯 뛰어넘어 정상에 올랐습니다. 임윤찬이 반 클라이번 콩쿠르 결선에서 포츠머스 심포니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했을 때가 올해 우리 클래식 음악계를 대표하는 한 순간이 아닐까 합니다. 2023년은 바로 그 곡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 탄생 15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입니다.

라흐마니노프는 작곡가로도 유명하지만, 20세기를 대표하는 최고의 피아니스트였습니다. 거구에 일반인의 두 배인 엄청나게 큰 손의 소유자였고 기교도 뛰어났죠. 힘과 기교를 겸비한 빼어난 솜씨로 유명했습니다. 그래서 보통 피아니스트들은 연주하기 어려운 곡들을 썼죠.

# 금수저였지만 파산, 페테르부르크 시절

라흐마니노프는 1873년 4월 1일 제정 러시아의 노브고로드에서 태어났습니다. 부모님은 둘 다 유복한 귀족 집안이었습니다. 금수저였던 셈이죠. 친할아버지는 녹턴의 창시자로 알려진 존 필드에게 배웠던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였고, 외할아버지는 부유한 군인이었습니다.

그는 노브고로드의 오네그의 대자연에 둘러싸여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음악적 재능은 네 살 때 드러났습니다. 피아노 교습을 받다가 악구를 기억해 정확히 재현하는 실력이 보통이 아니었던 거죠. 이후 입주 가정교사 안나 오르나츠카야에게 음악을 배웁니다. 오르나츠카야는 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을 갓 졸업한 피아노 교사였습니다.

그가 9세 때 악화일로였던 가정 경제는 파산으로 이어졌습니다. 부모님은 이혼하고 아버지는 가족을 떠났죠. 가족은 페테르부르크로 이주합니다. 그 해 페테르부르크 음악원 시험을 본 세르게이는 장학금 수혜자로 유년과정에 입학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