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주말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줄 뉴스레터 서비스 ‘문화 비타민’입니다. 매주 금요일 음악ㆍ방송ㆍ영화ㆍ문학ㆍ미술 등 각 분야를 담당하는 중앙일보 문화팀 기자들이 놓치면 아쉬울 문화계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이번 주는 공연·영화를 담당하는 나원정 기자의 이야기입니다.


여든 고독 발가벗겼다…

손숙, 60주년 연극서 최초 노출 까닭은

배우 손숙의 연기 인생 60주년을 기념한 연극 '토카타'. 사진 신시컴퍼니

무대 위엔 수명이 다한 누런 잔디, 앙상하게 죽은 나뭇가지뿐입니다. 아들도, 손주도, 키우던 개마저 곁을 떠났습니다. 홀로 늙어가는 여인은 오래 전 죽은 남편을 떠올립니다. 실크 잠옷을 벗기며 맨살을 어루만지던 남편의 따뜻한 손길을 추억합니다. 그때입니다. 여인이 남편에게 보여주듯 갑자기 맨 가슴을 드러낸 건.

배우 손숙(79)이 데뷔 60주년 기념 연극 ‘토카타’(연출 손진책, 극본 배삼식)에서 상반신 노출을 감행했습니다. 60년 연기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그가 “내 이름을 걸고 하는 연극은 마지막이 아닐까” 라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작품입니다. 2005년, 1인극 ‘셜리 발렌타인’에서도 당시 환갑을 맞은 손숙의 비키니 연기가 화제였지만, ‘토카타’의 노출은 그 결이 좀 다릅니다. 지난달 19일 개막한 이 연극은 오는 10일까지 3주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선보입니다.

손숙이 지난달 '토카타' 프레스콜 행사에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신시컴퍼니

‘셜리 발렌타인’에서 아이와 남편에게서 탈출해 그리스 해변에서 홀로 휴가를 즐기는 주인공 셜리는 ‘중년의 우울’에 가려있던 늘씬한 구릿빛 몸매를 드러내며 여전한 젊음을 과시합니다. 그러나 ‘토카타’의 노출 장면에서 남편 생전 부드럽게 사랑을 나눴던 촉각의 그리움은 순식간에 공허한 통각이 되어 노년의 무력한 심장을 할큅니다. 남편의 부재는 더 처절하게 여자를 덮쳐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