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레터 vol.30

‘사랑해’는 설레고 ‘한잔해’는 위로가 되죠. 볼빨간 고구마 에디터가 전하는 술 이야기 ‘취함존중’의 이번주 에피소드는 우리술, 막걸리입니다.


안녕하세요. 쿠킹에서 술을 담당하고 있는 에디터 볼빨간 고구마입니다. '젊어졌다' '다양해졌다'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 어떤 술이 떠오르시나요. 정답은 우리술, 그중에서도 '막걸리'입니다.



INTRO 힙하다, 막걸리


저렴한 가격에, 구수한 맛으로 주로 '아재'들의 술로 여겨졌던 막걸리는 몇 년 사이 젊어졌어요. 만드는 사람도, 즐기는 사람의 연령이 낮아지고, 또 다양해졌죠. 젊은 층이 주로 찾는 편의점에서 막걸리 매출이 늘어난 것만 봐도 알 수 있어요. CU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막걸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1% 늘었습니다.


트렌드에 민감한 호텔도 빠질 수 없죠. 막걸리 등 전통주를 판매하는 호텔이 늘고 있는데요,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3월 한국식 컨템퍼러리 바 '오울(OUL)'을 열고, 한국의 다채로운 주류문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나루막걸리, 오미자막걸리 등 막걸리 4종과 막걸리 요거트 등을 판매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오늘은 힙한 술, 막걸리에 대해 알아볼게요.




막걸리는 너는 누구냐?


막걸리는 예부터 즐겨 먹던 대표적인 전통주인데요. 다 익은 술의 윗부분을 떠낸 것이 청주, 그 밑에 가라앉은 지게미(찌꺼기)를 체에 걸러 얻는 게 막걸리예요. 맑은 청주에 비해 흐리다 해서, 탁주라고도 불러요. 은은하게 퍼지는 구수한 맛과 살짝 톡 쏘는 느낌이 정말 매력적이죠.

그래서일까요. 비 오는 날이면 당기는 술로도 꼽혀요. 특히 지글지글 기름에 부쳐낸 전과 함께라면, 더 바랄 게 없죠. 도수가 4~6% 정로 다른 술에 비해 낮아 술에 약한 사람들도 조금은 편하게 마실 수 있어요. 다만! 맛있는 데다 도수가 낮다 보니, 취기가 느껴질 때까지 마시다 보면 평소 주량보다 많이 마실 가능성이 크니까 조심하세요.




인증샷 부르는 잇템!


막걸리는 이제 인증을 위한 굿즈로 주목받을 만큼, 인기예요. 막걸리 회사들이 이색 협업을 통해 MZ세대를 공략한 전략이 적중했어요. 한강주조가 대한제분의 '곰표'와 협업해 개발한 '표문'막걸리가 대표적이죠. 곰표를 뒤집어 표기한 이 막걸리는, 지난해 4월 출시 후 온라인 공개 2분 만에 완판을 기록했어요. 국순당이 크라운 제과와 협업해 출시한 막걸리 ‘죠리퐁당’은 초도물량 30만캔이 한 달 만에 완판됐다고 해요.

바뀐 주조법은 개성 있는 막걸리들의 등장을 끌어냈어요. 2020년 막걸리(탁주) 주세가 종가세(제조원가에 과세)에서 종량세(용량에 따라 과세)로 바뀌었습니다. 제조 원가가 늘어나도, 일반 막걸리에 해당하는 세금만큼만 부과하게 되기 때문에 고급화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해요. 줄어든 조세를 품질을 높이고, 디자인을 개발하는 데 투자하는 것이죠.





흔들면 안 돼요! 탄산 막걸리

막걸리병을 따기 전에 모두가 하는 동작이 있죠. 병을 들고 흔들어 가라앉은 지게미와 맑은 부분을 섞는 건데요. 하지만 탄산 막걸리는 이렇게 하면, 뚜껑을 여는 순간 술이 폭발하듯 나와, 막걸리를 마시기도 전에 청소부터 해야하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져요. (저는 경험이 있습니다. 아까운 술도 반쯤 바닥에 양보했어요.)



쿠킹의 드링크 코너를 통해 고민 중인 사연을 보내준 독자에게 개인별 맞춤 카운슬링과 취향에 맞는 한잔 술을 소개하는 전통주 전문가, 이지민 대동여주도 대표는 "탄산은 온도가 높아지면 불안정해지는 성질이 있어 우선 냉장보관을 하고, 마시기 전에는 병을 흔들거나 섞지 않고 조금만 열어서 기포가 올라오는 모습을 보며 열었다 닫았다 반복해주라"고 했습니다. 자연 탄산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섞이기 때문이에요. 어느 정도 탄산이 빠진 뒤 타이밍을 보고 조심스레 오픈하세요.

이 대표의 다른 추천 술이 궁금하세요? 진로를 걱정하는 대학생을 위한 우리술 추천(관련 기사 보기), 육아와 회사 일로 지친 남편과 아내가 함께 마시면 좋은 우리술 추천(관련 기사 보기)을 직접 확인해 보세요.





에디터가 마셔봤어요

이지민 대동여주도 대표가 3~4월에 추천한 우리술 중, 에디터 마늘의 눈길을 사로잡은 술이 있는데요. 동강주조의 '얼떨결에'입니다.


"방용준 대표가 수제 맥주 회사에서 7년을 근무한 경력을 살려, 막걸리에 맥주(라거) 제조 방식을 적용해 가벼운 바디감과 산미, 단맛이 어우러졌다"


평소 탄산 막걸리를 사랑하는 마늘은, 이 대표의 추천 글을 보자마자 '이거다!' 생각이 들었어요. 오전에 주문했더니, 다음 날 저녁 퇴근길에 집 앞에 고이 놓여있었죠. 특별한 안주가 없어서 냉동실에 잠자고 있는 냉동 피자를 꺼내 데워서 후다닥 차렸는데, 기름진 피자와 산뜻한 막걸리가 그야말로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어요.

이번 연휴엔 같이 양조장의 연희 시리즈, 이 중에서도 '연희유자'에 도전해 볼 계획입니다.


"알코올 도수가 높고 강한 쓴맛과 아로마 향이 특징인 IPA 맥주를 재해석했습니다. 그리고 호산춘(찹쌀과 멥쌀로 두 번 빚은 약주) 제조법을 바탕으로 하죠. 달지 않고 드라이한 맛에 유자의 과즙이 시트러스한 맛을 더해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대표의 추천 칼럼을 보면서 맛을 상상했는데, 정말 꼭 먹어보고 싶더라고요. 어린이날부터, 일요일까지 이어지는 나흘의 연휴, 우리술과 함께 해보는 건 어떠세요.





COOKING에서 찾았습니다. '막걸리를 부르는, 미나리'


향긋한 풍미, '미나리 소고기말이

"향긋한 미나리를 얇은 고기에 넣어 돌돌 말아내, 맛의 궁합이 좋은 데다 먹기도 편해요. 여기에 시원한 막걸리를 함께 내면, 더 부러울 게 없는 술상이 완성됩니다."




극강의 고소함, '보리새우미나리전'

"미나리전 위에 보리새우를 듬뿍 올려 굽는데, 기름에 지지면서 나온 새우 기름이 주는 풍미와 식감에 반할 거예요. 시각적으로도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일품 안주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