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레터 스물한 번째 이야기

봄나물


마트 채소 코너에 봄나물이 한창입니다. 해마다 봄이면 나오는 봄나물이라고 그냥 지나쳤다면 오늘은 장바구니에 꼭 담아야 할 이유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옛 임금님도 봄마다 챙겨 먹을 만큼 귀한 식재료로, 전국 팔도에서 올라온 산해진미와 어깨를 나란히 했거든요. 건강하고 맛있는 봄나물 이야기, 지금 시작해볼까요.


봄, 수라상에는 햇나물이 올랐다



『동국세시기』에 보면 이런 기록이 있어요. “경기 산간의 여섯 고을에서는 움파, 산갓, 승검초를 진상한다. 산갓은 초봄에 눈이 녹을 때 산속에서 저절로 나는 갓이다. 뜨거운 물에 데쳐 초장에 버무려 먹는다. 맛이 매우 매우므로 고기를 먹은 뒤에 먹기 좋다. 승검초는 움집에서 기른 당귀의 싹이다. 은비녀처럼 깨끗한데 꿀을 싸서 먹으면 맛이 몹시 좋다”고요. 이렇게 진상한 햇나물은 오신반(五辛盤)을 만들어 수라상에 올렸다고 해요. 오신반은 다섯 가지 매운 자극성 있는 나물로 만든 음식입니다. 궁중이 아니더라도 민가에서도 봄철이면 햇나물을 어른께 올리는 풍습이 있었다고 해요.


그럼 우리 조상들은 왜 봄나물을 먹었을까요? 음식과 약의 근원이 같다고 보는 한방의 ‘식약동원’ 사상에서는 약초와 나물은 영양 축적과정이 비슷하다고 봤어요. 그래서 예부터 나물 중에는 약재로 치는 것도 많아요. 냉이 된장국이나 무침으로 먹는 냉이도 그렇습니다. 한방에서는 냉이가 비장을 튼튼하게 하고, 이뇨, 해독, 지혈에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여겼거든요. 약간 매운맛을 가진 달래도 마찬가지예요. 마늘에도 들어있는 달래의 알리신이 겨울 동안 잠자고 있던 몸의 기능을 깨워주는 강장 효과를 주거든요. 예나 지금이나 봄나물을 영양제이자, 보약으로 치는 이유랍니다. 


 

좋은 봄나물? 향을 맡아보면 안다 



봄나물이 몸에 좋은 건 알겠는데, 막상 요리를 하려고 보니 막막할 때가 있죠. 고르는 법부터 손질법까지, 어느 하나 쉽지 않아요. 다 똑같아 보이는 냉이는 진한 초록색에 붉은색을 조금 띠는 게 좋아요. 냉이는 누런 잎을 떼고 뿌리의 겉껍질은 칼로 긁어서 다듬어요. 흙과 잔뿌리를 정리하기 위해서죠. 손질한 냉이는 깨끗한 물에 여러 번 담갔다가 흔들어 씻어서 흙을 털어냅니다. 

 


달래는 잎은 진한 녹색이면서 뿌리는 매끄럽고 윤기 나는 걸 고르세요. 알뿌리가 둥글고 달래 특유의 향이 강한 게 좋아요. 달래는 냉이와 다르게 살살 ‘달래’며 손질하세요. 껍질을 벗기고 물에 담가 살살 흔드는 정도로만 씻어요. 지나치게 바락바락 씻으면 본연의 향이 날아가 버리거든요. 보관할 때는 달래에 물을 조금 뿌린 다음 키친타월로 감싸서 밀봉해 냉장 보관하면 됩니다. 

 


두릅은 잎이 피지 않고 통통하며 붉은색 껍질이 붙어 있는 게 향도 좋고 맛있어요. 줄기에는 연한 가시가 있는지, 껍질은 마르지 않았는지도 꼭 보세요. 두릅 손질은 밑동의 단단한 부분을 잘라내고 붉은 껍질을 벗겨서 합니다. 만약 데친 두릅이 푸르지 않고 얼룩덜룩 검은빛이 난다면 고루 익히지 않아서 그런 거니 꼭 전체를 골고루 익히세요. 

 


‘산나물의 왕’ 취나물도 봄이 제철입니다. 3월에서 5월 사이 야생에서 자란 취나물은 확실히 기운이 다릅니다. 신선한 취나물은 잎이 밝은 연녹색이고, 뒷면에 윤기가 흘러요. 또 줄기에는 붉은빛이 감돌고 잎에 태가 고르게 펼쳐져 있어요. 돌나물은 형태가 뾰족하고 통통한 게 신선해요. 돌나물 손질은 풋내를 잡는 게 관건이에요. 만질 때도 무르지 않게 살살 다뤄주세요. 씻을 때는 소금에 절였다가 씻거나 소금물에 씻으면 풋내를 없앨 수 있어요. 



[COOKING]에서 찾았습니다.

얇아진 외투만큼 마음도 가벼워지는 봄, 푸릇한 봄내음이 느껴지는 레시피를 알려드릴게요. 봄이 제철인 나물과 채소, 해산물을 활용해 맛과 영양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요리만 모아봤습니다. 

 


1. 밥 지을 때 뚝딱, 주꾸미 취나물 솥밥



솥뚜껑을 열었는데 향긋한 취나물 향과 고소한 밥 향이 확 퍼져나오는 순간! 잃었던 입맛도 되돌아옵니다. 여기에 제철을 맞은 주꾸미를 더하면 그야말로 완벽한 솥밥이 됩니다. <모락모락 솥밥>의 저자 푸드스타일리스트 류지현 실장님이 아끼는 주꾸미 취나물 솥밥 레시피로, 이번 주말 특식을 준비해보세요. 



 

2. 소고기와의 조합은 언제나 옳다! 미나리소고기말이



일 년 내내 구할 수 있는 미나리지만 부드러움은 봄 미나리가 최고죠. 소고기 앞다릿살이나 차돌박이, 우삼겹 등을 구워 미나리에 돌돌 말아내는 미나리소고기말이는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는 메뉴랍니다. 





 

3. 탄수화물 걱정은 덜고 봄 맛은 즐기는, 봄동 통밀 파스타



이맘때 마트의 봄나물 코너에 가면 봄동을 쉽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달고 시원한 맛이 나는 봄동으로 건강한 파스타를 만들어보세요. 당뇨 수치를 조절하기 위해 탄수화물 섭취에 신경쓰는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님의 봄동 통밀 파스타 레시피라면, 건강 걱정을 잠시 접어두셔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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