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비크닉 ‘Voice Matters’ 김민정 기자입니다.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들의 목소리,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홈리스(homeless, 노숙인)’ 입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한 마디 “Stay safe”

코로나 초창기 저는 런던에 있었습니다. 봉쇄령(Lockdown)이 임박할 무렵, 사재기가 기승을 부리고 질 좋은 마스크 한 장 구하기 힘들었습니다.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이것저것 정신없이 찾아 헤매다 집 근처 마트 앞 거리에 주저앉아 있는 한 노숙인을 만났어요. (그 아저씨는 늘 그 마트 언저리를 서성이며 지냈지만 제 눈에 그제야 보인 거죠.) 소독제이며 각종 위생용품, 식료품을 장바구니 가득 담아가는 제 모습과 휑한 거리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그의 모습이 교차되며 마음이 매우 좋지 못했죠. 재킷 주머니에 예비로 넣어둔 마스크와 바나나 등 먹거리 몇 개를 가지고 다가갔어요. “마스크가 필요할 때가 있을 거예요. 건강히 지내세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 아저씨와 런던에서 나눈 인사가 됐습니다.



차별없이 누리는 ‘인간다움’ #The Right to Shower(씻을 권리)

코로나가 3년째 이어지면서 문득 그 노숙인이 떠오릅니다. 전염병은 늘 노숙인 등 사회 취약층에게 치명적이죠. 살 공간이 없는 홈리스는 자가격리와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의무를 다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전염병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단이 없습니다. 

1948년 12월 10일 유엔총회에서 제정된 세계인권선언과 이를 구체화한 유엔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The International Covenant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은 인권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국제 규범인데요. 모든 인간은 사회 경제적 위치에 관계없이 주거권·노동권·건강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홈리스들은 종종 투명인간처럼 잊혀지곤 하죠.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그들을 위해 힘을 모으는 국내외 브랜드가 있습니다. 

사진=유니레버 브랜드 더 라이트 투 샤워(The Right to Shower) 홈페이지



“길에 내몰린 사람에게 존엄성을 부여하자”

다국적생활용품업체 유니레버는 최근 ‘The Right to Shower(더 라이트 투 샤워, 씻을 수 있는 권리)’라는 브랜드를 출시했습니다. 8~12달러 정도 하는 비누, 샴푸, 샤워젤 등의 제품을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유니레버는 판매 수익의 30%와 ‘더 라이트 투 샤워’ 제품을 라바메(LavaMae)라는 미국의 한 자선단체에 전달합니다. 라바메는 이동식 샤워장을 운영해 노숙인들이 맘놓고 몸을 씻을 수 있게 해주고 있어요. 브랜드 공식 SNS에는 갖가지 사연이 올라와 있는데요. 1978년 엄마와 엘살바도르에서 이민 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한 크루즈라는 여성은 “비로소 내가 보호받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고 고백했습니다. 프레네일이라는 남성은 “몸을 깨끗이 씻었을 뿐인데 자존감이 다시 생겨났다. 좋아하는 작곡을 제대로 시작해 보고 싶다”고 했고요.

몸을 깨끗하게 한다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을 회복하고, 사회 일원으로 재기할 수 있는 힘이 부여된 셈이죠. 유니레버는 라바메 뿐 아니라 50여개 자선단체와 협업하며 캠페인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사진=유니레버 브랜드 더 라이트 투 샤워(The Right to Shower) 홈페이지



The Vicious Circle, 악순환을 끊어라

우리가 노숙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지나치게 단순할 때가 많습니다. 개인적인 무지, 나태, 결핍으로 인해 그 자리에 이르렀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한 사람의 인생이 그리 단편적일 순 없습니다. 다양한 사회, 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죠. 거리에서의 삶을 끝내고 싶어도 제도적 공백이 노숙인을 노숙인의 삶에 그대로 가둬 버리기도 합니다.

HSBC의 The Vicious Circle 광고는 한 여자 노숙인이 주거지를 증명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은행 창구에서 번번히 거절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이때문에 일자리조차 얻기 힘들고, 수입 없이 마땅한 거처를 얻기는 더욱 불가능해집니다. 다시 은행을 찾아도 ‘안 돼(No)’라는 말만 들을 뿐이죠. 

평소 ‘부자 외국인만을 위한 은행’이라는 다소 부정적 이미지였던 HSBC는 자신들의 진짜 가치를 제대로 전할 기회라 생각했어요. HSBC UK는 정해진 거주지가 없는 홈리스가 은행계좌를 열 수 있도록 자선단체 쉘터(Shelter)와 협업합니다. 쉘터의 사회복지사를 동반하면 거처가 명확하지 않은 노숙인도 은행 계좌 개설이 가능하게끔 한 거죠. 쉘터가 일종의 신분증명(identification)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단 2개 지점에서 시작한 ‘It's time to break the circle(이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입니다)’ 서비스는 전 세계 100개 지점으로 확대됐다고 하는데요. 노숙인을 다시 사회 일원으로 품을 수 있는 본질적 해법이 무엇인지 브랜드 차원에서 고민한 좋은 사례입니다.

사진=HSBC UK 홈페이지 캡처



편견의 꼬리표를 떼어주세요

우리나라에도 노숙인 등 취약 계층의 온전한 홀로서기를 묵묵히 돕는 기업이 있습니다. 물류 서비스 ‘품고’를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 두핸즈인데요. 지난 2012년 7월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빈곤퇴치’를 기치로 걸고 품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박찬재 두핸즈 대표는 2011년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사건을 지켜보며 창업을 결심했어요.

박 대표를 전화로 만나봤습니다. 그런데 인터뷰 내내 말을 아꼈어요. 

“품고 정규직원 30%는 노숙인을 포함해 한부모 가정, 신체적 활동이 가능한 고령자 등 사회 취약계층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알리는 것도 이제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지금은 온전히 자립을 하셨음에도 여전히 ‘노숙인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게 싫다며 속상해하시는 분들도 많고… 노숙인이라는 건 그 사람의 일시적 상태일 뿐이죠. 그 꼬리표가 영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희의 미션은 ‘인간의 존엄성 회복’입니다”

실직이나 건강 악화로 소득이 없어지면 누구든 홈리스가 될 위기에 처할 수 있죠. 그러나 그 상황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도 아닙니다. 재기를 위해 힘이 되는 민간과 정부의 손길도 있죠. 거리에 있든 아니든, 우리는 모두 존중 받아야 할 인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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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2년 3월 2일입니다. 작년 3월에 어땠는지 내년 23년 3월 나의 모습은 어떨지 상상해 보세요." 

여러분은 내년 3월 어떤 모습을 상상하고 계신가요? 여러분이 원하는 모습을 위해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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