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라탕후루?”

1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입니다. 마라탕으로 식사하고, 디저트로 탕후루를 먹는 코스를 뜻하죠. 젊은층 사이에서 마라탕과 탕후루가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모습이에요.

마라탕이나 탕후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선 생소한 음식이었습니다. 인천광역시 중구 차이나타운에서나 간혹 구경할 수 있는 먹거리였죠. 하지만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이 점차 늘어나면서 서서히 퍼지기 시작해요. 특히 2010년대 국내 대학에 중국인 유학생이 늘면서 대학가를 중심으로 중국 먹거리가 인기를 끕니다.

다양한 재료를 조합한 마라탕. 마라공방 인스타그램

그러다 10대들의 눈에 띄게 됩니다. 다양한 재료를 조합한 마라탕이나 형형색색의 탕후루를 SNS에 인증하고 자랑하면서 전국적으로 널리 퍼뜨립니다. 국내에선 마라탕과 탕후루 브랜드가 커지고, 관련 상품까지 쏟아집니다.

최근엔 마라탕과 탕후루의 계보를 잇기 위한 또다른 시도도 생겨나고 있어요. 바로 중국의 밀크티 브랜드입니다. 이번에는 직접 10대를 공략하고 있고요. 오늘 비크닉에선 10대가 이끄는 먹거리 트렌드와 함께 관련 있는 먹거리 브랜드의 이야기를 소개할게요.


마라탕후루, 거대한 시장이 되다

‘떡볶이를 이긴 마라탕’

배달의민족이 내놓은 ‘배민 트렌드 2022’에 따르면 10대가 가장 많이 배달한 메뉴는 마라탕이었어요. 2위는 매운 떡볶이, 3위는 치킨버거 세트였습니다. 2030세대의 1위는 아메리카노, 4050세대 1위는 짜장면이었죠.

10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마라탕은 하나의 시장으로 진화했어요. 특히 마라탕을 파는 음식점 가운데선 거대 프랜차이즈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국내 마라탕 프랜차이즈 가운데 가장 지점 수가 많은 곳은 ‘탕화쿵푸마라탕’으로 전국에 450여개 지점이 있어요. 400개 내외의 매장을 운영하는 맥도날드보다 많은 수치에요. 이밖에도 ‘소림마라(181개)’ ‘라홍방마라탕(127개)’’마라공방(102개)’ 등이 전국적으로 1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해요.

팔도에서 내놓은 '킹뚜껑 마라맛'. 70만개를 한정판매했는데, 모두 완판됐다. 팔도

마라탕은 라면이나 과자 등 다른 식품으로도 확장되고 있어요. 기존 식품 기업들이 10대를 겨냥해 마라탕 관련 제품을 개발하고 있거든요. 오뚜기는 지난해 ‘컵누들 마라탕’을 출시해 300만개를 판매합니다. 팔도가 70만개를 한정판매한 ‘킹뚜껑 마라맛’도 완판돼요. 이 성공에 힘입어 새로운 라면 브랜드인 ‘마라왕’을 준비 중이라고 해요.

오뚜기가 지난해 출시한 '컵누들 마라탕' 모습. 오뚜기

마라탕 뒤를 잇는 탕후루도 성장세가 엄청나요. KB국민카드가 지난해 카드 매출액과 신규 가맹점 비중을 분석한 결과 탕후루 전문점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요. 2022년에 비해 탕후루 전문점의 매출은 1678% 급증했고, 새로 문을 연 곳도 133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죠. 탕후루 전문점의 연령별 매출액 비중은 10대 9%, 20대 37%였어요. 10대 자녀를 두고 있을 가능성이 큰 40대의 매출 비중은 26%였습니다. 지난해 젊은 세대 사이에서 탕후루 열풍이 얼마나 거셌는지 알 수 있죠.


자극적인 맛을 넘어 '놀이 문화'가 되다

땀이 줄줄 나고 혀뿌리까지 얼얼할 정도로 매운 맛의 마라탕. 한 입만 베어도 머리 끝까지 달콤함이 가득 차오르는 탕후루. 평소에 맛볼 수 없던 자극적인 맛만으로도 입소문이 날만 해요. 하지만 10대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인기를 끌 수 있던 비결은 하나의 ‘놀이 문화’가 된 덕분이에요.

우선 마라탕은 각자 취향에 맞게 재료를 선택해 만들어 먹을 수 있어요. 중국 당면, 건두부, 배추, 숙주, 연근, 어묵, 소시지, 쇠고기, 양고기 등을 직접 골라 먹습니다. 사람마다 다양한 조합을 만들 수 있는 거죠. 10대들은 SNS에서 각자가 만든 마라탕 조합을 서로 공유하거나 추천하고, 그 맛을 서로 평가하곤 하죠.

새로 출시되는 마라탕 관련 제품들도 하나의 챌린지로 즐기고 있어요. 마라가 들어가 얼얼하게 매운 라면이나 과자 등이 나오면 직접 먹어보는 콘텐트를 만드는 거죠.

각종 과일로 만든 탕후루 메뉴들. 달콤왕가탕후루 홈페이지

탕후루는 미각 뿐만 아니라 시각과 촉각 모두를 자극해요. 딸기, 감귤, 자두, 포도 등 화려한 색감의 과일에 반짝이는 설탕물을 입혀서 10대들의 눈을 사로잡은 거예요. 자연스레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리고 주변에 자랑도 하죠. 또, 탕후루에 굳어 있는 설탕물을 바사삭 깨물어 먹는 것도 재미에요. 특히 ASMR(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주는 영상)로 탕후루를 먹는 게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죠.

아예 직접 탕후루를 만들어 먹는 것도 10대의 놀이가 됐어요. 예쁜 과일을 선별해 잘 다듬고, 설탕을 얇게 코팅하는 과정을 즐기는 거죠. 유튜브에는 전자렌지, 계량컵으로 간편하게 탕후루를 만드는 방법을 다룬 영상이 수천만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어요.

유튜브에 올라온 탕후루 ASMR콘텐트들. 유튜브 갈무리


학원가 상륙한 중국 밀크티 브랜드

10대가 먹거리 트렌드를 이끌다 보니 아예 처음부터 이들을 공략하는 시도가 생겨났어요. 바로 마라탕후루의 계보를 이어가려는 중국 브랜드 밀크티에요.

올해 초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문을 연 차백도의 국내 1호 매장. 박이담 기자

지난 달 서울을 대표하는 학원가인 강남구 대치동에 차백도(茶百道)가 국내 첫 매장을 열었어요. 차백도는 2008년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시작된 밀크티 브랜드입니다. 중국에서만 8200여개 매장을 운영하며 지난해 매출 2조원에 이르는 거대 브랜드로 자리잡았죠.

기존 밀크티과의 차별점으로 건강함과 신선함을 내세우며 밀크티 2세대를 표방해요. 기존 밀크티는 모조유제품인 크리머를 사용하는데, 이곳은 우유와 차잎만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 밀크티보다 열량을 40% 가량 낮췄죠. 찻잎도 중국 각지에서 직접 공수해 매장에서 직접 차를 우려낸다고 해요.

지난 6일 이곳을 찾았을 때 학생들로 붐볐어요. 대치동 학원가 한복판에 위치한 덕분이죠. 매장에서 만난 안소윤(11)양은 “달콤하고 고소한 밀크티가 맛있어서 앞으로도 자주 사먹고 싶다”고 말했죠. 매장에도 젊은층이 좋아할만한 브랜드 요소도 많이 갖췄습니다. 간판부터 포토존 공간에 대표 캐릭터를 그려 놨어요. ‘차차’라는 이름의 팬더죠. 차백도가 시작된 쓰촨성 청두가 팬더의 서식지인 점에 착안해 만든 캐릭터에요. 실제로 차백도 본사에선 팬더를 입양해 차차라고 이름 짓고 키우고 있죠.

차백도의 공식 캐릭터인 팬더 '차차'의 모습. 박이담 기자

왕환 차백도코리아 대표는 “차백도가 친근한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곳은 명동 등 관광지겠지만, 일부러 한국의 젊은층이 많은 곳을 찾아 매장을 냈다”면서 “젊은층이 새로운 걸 쉽게 받아들이고 주변에 입소문도 많이 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어요.

또 다른 중국 밀크티 브랜드인 ‘헤이티(喜茶·heytea)’도 국내에 진출합니다. 최근 한국 공식 인스타그램을 개설하고, 서울 압구정동에 1호점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렸죠. 압구정동은 학원가 규모가 상당한만큼 10대들을 공략하는데 좋은 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국내 첫 매장을 준비 중인 헤이티의 음료. 헤이티 인스타그램


10대가 만든 트렌드, 해외로 나아가다

식음료의 트렌드를 이끄는 10대의 위상은 최근 더 높아지고 있어요. SNS를 가장 활발히 사용하면서 인증샷, 챌린지 등 참신한 놀이 문화를 만들어내다 보니 어른 세대는 물론 해외에까지 홍보대사를 해 주고 있으니까요.

일례로 국내 마라탕 프랜차이즈인 ‘피슈마라홍탕’은 미국과 동남아에 진출했어요. 마라탕은 중국 음식이지만 향신료를 덜 쓰는 등 국내 입맛에 맞게 변형했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먹힐 거라고 판단한 거죠. 해외에서 한국 문화에 관심이 커진만큼 K-마라탕도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요.

트렌드에 활력을 더하는 10대. 앞으로는 또 어떤 트렌드와 문화를 만들어낼까요? 우리 함께 지켜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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