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명이 50억 받아 갔다, 룸살롱 상납받은 ‘꿀보직’

  • 카드 발행 일시2024.04.24

〈제3부 룸살롱 황제와 비리 경찰④〉

와! 형님, 이거 뭐예요?

차량 한구석에 종이 몇 장이 나뒹굴고 있었다. 평범한 A4용지에 글자들이 박혀 있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외양이었다.

종이는 묘한 물건이다. 백지일 때는 모두가 평등하지만, 거기에 글자가 적히면 신분이 널을 뛰기 시작한다.

‘룸살롱 황제’ 이경백이 목격한 종이에서는 돈 냄새가 물씬 풍겼다. 그건 몹시 위험한 놈이었다.

이경백은 선정적 인터넷 광고 단속을 빌미로 찾아온 경찰관들에게 1년째 ‘월정’을 주고 있었다. 매달 500만원의 고정급이었고, 추석과 설날에는 별도로 500만원씩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그와 거래를 튼 경찰관들은 둘씩, 혹은 셋씩 짝을 지어 매달 정해진 날짜에 신사동 네거리의 유흥주점 ‘로데오’ 앞에 차를 댄다. 그러면 이경백이 냉큼 올라타서 지참한 쇼핑백을 건넨다.

그 종이가 눈에 띈 건 월정을 준 지 1년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다. 종이에는 익숙한 이름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서울 강남과 북창동의 내로라하는 룸살롱과 안마시술소였다. 업체명이 못해도 100개는 돼 보였다.

익숙했던 건 이름들만이 아니었다. 업소명 옆에 적혀 있던 숫자들 역시 매우 친숙했다.

‘월정’을 새느라 바빴던 차량 주인은 그 종이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이경백을 늦게서야 발견했다.

야 인마! 이건 보면 안 되는 거야!  

그는 화들짝 놀라더니 이경백의 손에서 잽싸게 종이를 낚아챘다.

그 종이, 다시 말해 ‘수금 리스트’에 적힌 이름들은 화려했다.

자이언트 호텔 빅맨, 대치동 박카스, 힐탑호텔 W와 시마도, 서울스타즈호텔 어제오늘내일, 삼성동 아프리카, 렉스호텔 베리굿, 썬샤인호텔 문, 라마다호텔 소프라노….

한때 동양 최대 룸살롱으로 불렸던 어제오늘내일. 중앙포토

한때 동양 최대 룸살롱으로 불렸던 어제오늘내일. 중앙포토

한때 서울의 밤을 대낮같이 밝히던 ‘명소’들이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리스트는 더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