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돈의 질서’ 바꿨다, Fed 탄생시킨 ‘지킬섬 음모’

  • 카드 발행 일시2024.04.11

📈강남규의 머니 스토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수석 칼럼니스트인 마틴 울프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선거는 매너 있는 내전(civilized civil war)”이라고 말했습니다. 총 대신 게임의 룰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상 내전이란 얘기입니다. 그만큼 치열하고 역동적입니다. 최종적으로 승패를 가르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세속의 신’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2024년는 ‘수퍼 선거의 해’로 불립니다. 막 총선을 치른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60여 개 나라에서 세속의 신이 강림합니다. 그래서 글로벌 머니가 선거가 돈의 질서를 바꾼 대표적인 사례인 1912년 대통령 선거와 연방준비제도(Fed) 탄생 스토리를 현재 시점으로 소환합니다.

지킬섬의 음모

미국 조지아주 대서양 해변가에 있는 섬이다. 스펠링은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의 지킬과 같다.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지킬 박사와~』는 스코틀랜드 작가의 1886년 작품이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그런데 ‘이름대로 간다’는 속설 탓인가. 소설이 인간의 이중성을 다뤘는데, 미 부호들의 리조트인 지킬섬에서는 1910년 11월 20일 ‘오리사냥’이란 타이틀 아래 미 통화질서를 짜는 음모가 꾸며졌다.

음모의 주모자는 당시 상원통화원장 넬슨 올드리치(Nelson Aldrich, 공화당)와 재무차관보 A. 피아트 앤드루(A. Piatt Andrew), 올드리치 비서 아서 셸턴(Arthur Shelton), 투자은행 JP모건의 시니어파트너 헨리 데이비슨(Henry Davison), 내셔널시티은행장 프랭크 반더립(Frank Vanderlip), 투자은행 쿤롭 이사인 폴 워버그(Paul Warburg) 등이었다.

지킬 vs 제킬

미국과 영국인의 발음을 들어보면 Jekyll은 액센트가 1음절에 놓이기 때문에 ‘제컬’에 아주 가깝습니다. 하지만 국내 언중(言衆)은 인간의 소설 제목 탓에 지킬에 익숙합니다. 여기서 제킬이나 제컬이 아닌 지킬로 표기하는 이유입니다.

배후 세력은 JP모건 

지킬섬은 미국 부호들이 사랑하는 리조트다. 그 시절 금융독점체(머니 트러스트)의 상징인 투자은행 JP모건 파트너(등기이사)들이 대중의 시선을 피해 쉬는 곳(hideway)이었다.

이런 지킬섬에 미국 역사에서 ‘진보의 시대(Progressive Age, 1890~1920년)’라고 불리는 시절에 정치와 돈의 파워 엘리트들이 남의 눈을 피해 모여들었다.

지킬섬의 비밀 회동은 6년 뒤인 1916년에 포브스 기사로 처음 알려졌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부인했다. 기사 자체가 가짜뉴스로 찍혔다. 하지만 JP모건의 사내 비밀문서가 공개됐다. 전말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