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호텔 했다 망한 화투 회사, 운명 바꾼 악덕 ‘콧수염 아저씨’

  • 카드 발행 일시2024.04.09

어느덧 지난 세기의 일처럼 느껴지는 ‘코로나 암흑기’, 특파원으로 도쿄에 도착한 기자의 유일한 친구가 돼준 건 ‘닌텐도 스위치’였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대면 취재도, 음주가무도 불가능하던 시절, 퇴근 후엔 무인도에 들어가 사과를 따고 낚시를 했죠(‘모여라 동물의 숲’). 주말이 되면 몬스터를 피해 달리고(‘링피트 어드벤처’) 아이돌 그룹의 춤을 따라 하며(‘저스트댄스’) 남은 칼로리를 태웠습니다. ‘겜알못’ 기자가 게임의 위대한 효용과 조우한 순간입니다.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1889년 화투를 만드는 회사로 시작해 135년의 역사를 이어온 닌텐도(任天堂)의 경영 철학이 팬데믹이란 전대미문의 사태를 계기로 낯선 유저에게 도착하는 과정이었달까요. ‘게임은 장난감이다’는 철학에 기반해 닌텐도는 인류의 좋은 친구 슈퍼마리오를, 피카츄를, 젤다의 전설을 만들었습니다. 수많은 게임 회사가 있지만, 이렇게 다양한 세대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브랜드는 닌텐도뿐일 겁니다.

하지만 닌텐도의 성공은 일직선이 아니었죠. 어떤 때는 시대의 변화에 올라타지 못해, 때론 시대를 너무 앞서가 고꾸라졌던 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놀라운 무언가를 들고 매번 다시 일어섰죠.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했을까요.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한 데 모인 닌텐도의 인기 캐릭터들. 사진 닌텐도 인스타그램

한 데 모인 닌텐도의 인기 캐릭터들. 사진 닌텐도 인스타그램

📃목차
◦ 햇반도 만들고 러브호텔도 열었다
◦ 닌텐도를 구한 세 명의 영웅
◦ “경쟁하지 않는다. 우리만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진화하는 닌텐도
◦ 이기자’s pick
📌[500자 더] 슈퍼마리오의 마리오는 ‘악덕 집주인’ 이름?
📌[400자 더] 서랍에 넣고 잊었던 게임, 21억원에 팔렸다

햇반도 만들고 러브호텔도 열었다

닌텐도가 화투를 만드는 회사로 시작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창업자 야마우치 후사지로(山内房治郎·1859~1940)가 서른 살에 창업한 ‘닌텐도 곳파이(骨牌)’라는 회사입니다. 일본 전통 문양을 참고했지만 소나무와 두루미, 벚꽃과 난초 등 계절을 상징하는 화투 그림은 창업자가 직접 그렸다고 하니, 오늘날 화투의 ‘원형’을 닌텐도가 만든 셈이죠.

사업 수완도 좋았습니다. 화투장 앞뒷면 사이에 석회가루를 넣어 내려칠 때 ‘짝’하고 찰진 소리가 날 수 있게 했다죠. 닌텐도는 전국의 담배 가게를 유통망으로 삼아 도박판을 장악했고, 서양의 트럼프 카드까지 생산하면서 일본에서 가장 큰 카드 회사(※신용카드 아님)로 떠오릅니다.

닌텐도가 지금도 발매하고 있는 화투. 사진 닌텐도 인스타그램

닌텐도가 지금도 발매하고 있는 화투. 사진 닌텐도 인스타그램